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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실상사 돌장승

sky_lover_ 2011. 10. 13. 19:03

 

- 옹호금사축귀장군

원 실상사에 가면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돌장승을, 그것도 3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모두 그저 그렇고 그런 고만고만한 돌장승이 아니라 하나같이 빼어납니다.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돌장승은 실상사로 들어가는 다리인 해탈교를 건너기 직전에 있습니다. 원래 이 돌장승과 마주 보는 곳에 돌장승 하나가 더 있었는데, 1963년 홍수 때 떠내려갔다고 합니다.
이 돌장승은 높이가 약 3m로 보기 드물게 큰 편이며, 몸통에 '옹호금사축귀장군(擁護金沙逐鬼將軍)'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옹호(擁護)'란 절을 보호한다는 뜻이고, '금사(金沙)'란 중국의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진법으로 8개의 문을 만들어 두고 진을 치는 것을 말합니다. '축귀장군(逐鬼將軍)'이란 귀신을 쫓아내는 힘센 장군을 말합니다. 따라서 이 돌장승은 사찰을 보호하기 위해 진을 치고 잡귀를 쫓아내는 장군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옹호금사축귀장군

먼저 이 돌장승의 모습부터 한 번 살펴볼까요?

수염을 땋아서 왼쪽으로 구부렸고, 벙거지 같은 모자를 썼습니다. 그리고 찌푸린 이맛살과 콧등, 물안경을 쓴 듯 튀어나온 두 눈과 함께 주먹 같은 코는 벌름거리는 것 같고, 입술 밖으로 드러난 굵은 이빨과 길게 '八'자형으로 튀어나온 송곳니가 눈길을 끕니다. 목에는 힘을 준 듯 힘줄이 솟아 있습니다.

- 대장군

해탈교를 건너면 돌장승 두 기가 마주 보고 서 있습니다. 왼쪽 나무 밑에 있는 것이 대장군(大將軍)이고,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입니다.

대장군(大將軍) 받침돌에 '옹정삼년을사삼월입동변(雍正三年乙巳三月立東邊)'이라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은 이 돌장승을 옹정 3년 을사년 3월에 세웠다는 이야기인데, 옹정 3년 을사년은 영조 1년(1725년)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사람으로 치면 300살 가까이 나이를 먹은 셈입니다.

 

- 대장군

높이는 2.5m이며, 숱이 많아 보이는 수염은 옹호금사축귀장군처럼 왼쪽으로 구부려져 있습니다.

미간 위쪽에는 불상의 백호와 같이 동글게 도드라진 점이 하나 있습니다. 눈썹을 치켜들어 한껏 사납게 보이며, 비뚤어진 입은 비죽거리며 조소하는 듯합니다. 이마와 코, 입을 가르며 돌 위로 줄이 나 있어 마치 얼굴에 칼자국이 난 것처럼 꽤 무서워 보입니다.

- 상원주장군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은 높이가 2.5m입니다. 몸통에 '신해년오월(辛亥年五月)'이라 새겨져 있어, 마주 보고 있는 대장군보다 6년 뒤인 1731년에 세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 상원주장군

눈알이 동그랗게 튀어나왔고, 역시 미간 사이에 대장군처럼 백호로 보이는 동그란 점이 새겨져 있습니다. 턱수염은 세 갈래로 나뉘어 있으며, 가운데 수염은 오른쪽으로 구부려져 있습니다. 점잖으면서도 무서운 인상을 줍니다.

이들 돌장승은 모두 크고 정교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옹호금사축귀장군과 상원주장군은 모습이 서로 비슷하고, 대장군은 약간 다른 모습입니다. 모두 다 한껏 험상궂은 표정을 하였지만, 사실은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실상사 돌장승은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서 일어났던 온갖 애환을 그동안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그런 돌장승을
한 마디로 딱 잘라 표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신경림 시인은 실상사 돌장승에서 오히려 눈물 그득한 슬픔을 보았습니다.

실상사의 돌장승 - 지리산에서 (신경림)         

지리산 산자락
허름한 민박집에서 한 나달 묵는 동안
나는 실상사의
돌장승과 동무가 되었다.
그는 하늘에 날아 올라가
노래의 별을 따다 주기도 하고
물속에 속꽂이해 들어가
얘기의 조약돌을 주워다 주기도 했다.

헐렁한 벙거지에 퉁방울눈을 하고
삼십 년 전에 죽은
내 삼촌과 짝이 되어
덧뵈기춤을 추기도 했다.

여름 산이 시늉으로 다리를 떨며

자벌레처럼 몸을 틀기도 했다.

왜 나는 몰랐을까
그가 누구인가를 몰랐을까.
문득 깨닫고 잠에서 깨어나 달려가 보니
실상사 그 돌장승이 섰던 자리에는
삼촌과 그의 친구들만이
퉁방울눈에 눈물을 그득 담고 서서
지리산 온 산에 깔린 열나흘 달빛에
노래와 얘기의
은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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