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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나원리 오층석탑
온갖 꽃이 만발하는 봄은 자꾸
밖으로 유혹합니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이 좋은 계절에 휴일을 집안에서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원리
오층석탑으로 향합니다. 이전에 몇 번 나원리 오층석탑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겨울 추위가 물러나기 시작한, 지금보다는 조금 이른
초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 나원리
오층석탑
나원리 오층석탑은 신라 석탑으로서는
보기 드문 오층석탑이고, 그 규모 또한 대단합니다. 탑의 높이가 9.76m에
이르러, 경주 지역에서는 감은사 삼층석탑과 고선사 삼층석탑 다음으로 큽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큰 탑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탑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큰 탑이었나 하며 놀라곤 합니다. 그것도 매번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개인적으로 이 탑에 대한
끌림이 적었던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조금 무덤덤하게 보았던 탓이었을까요? 아무튼, 느낌과 기억은 이렇게 사실 자체를 왜곡시키는 그런 힘을
가졌습니다.
-
기단부
기단부는 이층기단의 전형적인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규모에 걸맞게 면석마다 모서리기둥 외에 하층기단에선 3개의 가운데기둥을, 상층기단에는 2개의 가운데기둥을 두었습니다. 갑석 윗면
가운데에 있는 2단으로 된 받침은 하대갑석에선 호각형이고, 상대갑석에선 각형입니다. 이것은 같은 형태에서
오는 단조로움을 피하면서 아래쪽이 좀 더 든든해 보이는 효과도 노렸습니다.
- 탑신부
전체적으로 탑은 조금 무거운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것은 탑신부가 기단부보다 상대적으로 크고, 탑신부의 몸돌도 2층부터 그 높이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 이렇게 몸돌의 체감률을
높게 했을까요? 통상적인 체감률로 하였을 때 탑의 높이가 너무 높아질 것 같아서였을까요?
아무튼, 나원리 오층석탑에선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깊은 침묵 같은 것을
느낍니다. 그것은 한편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 든든함일 수도 있으나, 변화를 거부한 답답함일 수도
있습니다.
- 땅 위에 떨어진
꽃잎
탑 바로 옆에 근래에 세운 절이
있습니다.
이곳 절 마당 한쪽은 떨어진
꽃잎으로 마치 연분홍빛 물감을 뿌려놓은 듯합니다. 꿈에
그리던, 그러나 볼 수 없었던 머나먼 연화세계(蓮花世界)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이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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