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성황리 삼층석탑

- 의령 성황리 삼층석탑

우리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탑 가운데 잘 생긴 것도 있지만, 볼품이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잘 생겼으면 잘 생긴 것대로 볼품이 없으면 없는 것대로 이들 탑은 그 나름의 색깔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성황리(城隍里)라고 하는 마을이 있습니다. 성황리는 의령 남씨들의 집성촌으로, 상·하로 마을이 이루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 아랫마을인 탑골 마을 뒤쪽에 절터가 있고, 이곳에 자그마한 탑 하나가 있습니다. 지금 이 절터 주위는 밭으로 변해버려 이 탑마저 없었다면 이곳이 절터였음을 생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이 탑은 본래 대웅전 앞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탑 뒤로 그다지 넓은 공간이 없어 탑의 크기만큼이나 절 또한 작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어쨌든 절 이름이나 그 밖의 역사는 전해지는 것이 없고, 다만 신라 때 이곳에 있던 절이 불에 타 없어졌다는 이야기만 마을에 전합니다.

그래서 이 탑을 이곳 마을 이름을 따서 성황리 삼층석탑이라고 부릅니다.

- 성황리 마을회관 앞 당산나무

탑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이곳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운 후, 오른쪽으로 나 있는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들어섭니다. 좁은 골목길로 이어지는 작은 마을을 지나 골짜기로 들어가는 도랑을 따라 100m 정도 오르면 탑이 있는 곳에 닿습니다.

- 성황리 삼층석탑

이 탑은 그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그럼에도 이중기단에 삼층 탑신부를 둔 통일신라시대의 일반적 석탑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층기단은 큰 돌 하나로 되어 있으나, 상층기단의 면석은 여러 장의 돌을 짜 맞추었습니다. 하층기단의 면석에는 면마다 모서리기둥과 1개의 가운데기둥을 새겼고, 상층기단 면석에는 면마다 모서리기둥만 새겼습니다. 상대갑석의 아랫면에는 낮은 부연을 두었고, 윗면에는 약간의 경사면과 함께 가운데에 두툼한 2단의 각형 받침을 두어 1층 몸돌을 받치고 있습니다.

- 탑신부

탑신부는 기단부에 비해 크기가 크게 줄었습니다.

각 층 몸돌에는 모서리기둥을 새긴 것 외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습니다. 지붕돌은 몸돌의 크기에 비해 넓지는 않으나 낙수면과 층급받침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붕돌 아랫면의 층급받침은 3단이며, 윗면 가운데에 1단의 각형 받침을 두어 위층 몸돌을 받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3층 몸돌과 상륜부는 모두 없어졌습니다.

- 성황리 삼층석탑

탑을 둘러보다 보니 상층기단의 면석 가운데 하나가 없어져 그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이곳 내부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촛불을 피워 기도를 드렸는지 촛농이 떨어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미 절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이 탑만은 아직도 이곳 마을 사람들의 기도처가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탑은 크기에서의 소형화, 탑신부보다 상대적으로 큰 기단부, 그리고 몸돌에 비해 작아진 지붕돌 등을 그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각 부분이 과감하게 축소되었고, 조성 방식 또한 간소화된 것으로 보아, 탑의 조성연대는 높게 올려잡아도 통일신라시대 말쯤으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