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조 어진' 국보로 지정된다.

- 조선 태조 어진

현재 보물 제931호인 '조선 태조 어진'(朝鮮太祖御眞)이 국보로 지정됩니다.

'조선 태조 어진'은 고종 9년(1872년)에 제작된 태조 이성계의 어진입니다. 완전한 형태의 어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실정에서 조선시대 왕의 전신상으로는 유일합니다. 더불어 이 어진과 관련된 '경기전의'(慶基殿儀), '어진이모도감의궤'(御眞移模都監儀軌) 등의 자료를 통해 어진 제작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이 어진은 당대 최고의 화사들이 동원되어 원본에 충실하게 이모 작업이 이루어져 조선 초기 선묘 위주의 초상화 기법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대규모의 화면, 표제(標題)와 장황(裝潢, 표구), 용문이 직조된 화려한 풍대(風帶, 깃)와 길게 늘어뜨린 유소(流蘇) 등이 온전하게 갖춰진 상태로, 진전(眞殿, 선원전(璿源殿)의 다른 이름) 봉안용으로서의 격식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 부여 왕흥사지 사리장엄구

이번에 3점의 문화재도 보물로 새로 지정됩니다.

먼저 '부여 왕흥사지 사리장엄구'(扶餘 王興寺址 舍利莊嚴具)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국내 사리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입니다.

이 사리장엄구는 부여 왕흥사지의 목탑지 심초석 남쪽 중앙 끝단에 마련된 장방형 사리공 내에서 발견됐습니다. 가장 바깥에 청동제의 원통형 사리합을 두고, 그 안에 은으로 만든 사리호와 그리고 더 작은 금제 사리병을 중첩하여 안치한 삼중의 봉안 방식을 취하였습니다.

청동제 사리합 외면에는 "정유년(丁酉年, 577년) 2월 15일에 백제왕 창(百濟王 昌)이 죽은 왕자를 위하여 찰(刹)을 세우는데, 2매였던 사리가 장시(葬時)에 신의 조화로 3매가 되었다."라는 6행 29자의 명문이 있습니다. 이 명문은 사찰의 건립시기, 사리장엄구의 제작 시기와 사찰의 건립 배경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 남명천화상 송 증도가

다음으로 '남명천화상 송 증도가'(南明泉和尙 頌 證道歌)입니다. 삼성출판박물관에 보물 제758호인 '남명천화상 송 증도가'가 있습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되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것인가 봅니다.  

이 고서는 권말에 수록된 최이(崔怡, ?~1249)의 지문(識文)을 통해서 이 판본의 제작 동기와 더불어 1239년 당시 최고의 권력자인 최이에 의하여 주자본(鑄字本)을 번각하여 간행한 목판본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판본의 판각 시기인 1239년보다 앞선 시기에 <남명천화상 송 증도가>가 활자로 인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남명천화상 송 증도가'의 금속활자본(金屬活字本)이 전해 내려오지 않는 지금 이 지문을 통해 우리나라 초기 금속활자인쇄술의 정황을 살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 백자 청화 흥녕부대부인 묘지

마지막으로 '백자 청화 흥녕부대부인 묘지 및 석함'(白磁 靑畵 興寧府大夫人 墓誌 및 石函)입니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면 당하리 일대의 파평윤씨 정정공파(貞靖公派) 묘역에서 백자 지석(誌石) 6장이 석함에 담긴 채로 발견됐습니다. 6장의 백자 지석 가운데 맨 앞과 뒤의 지석은 순백자이며, 가운데 4장은 청화(靑畵)로 묘지의 주인공인 인천 이씨(세조의 장모이자 정희황후의 어머니)의 장례 경위와 생전의 덕행, 가계와 후손들의 현황 등을 적고 있습니다. 이 4장의 뒷면에는 순서를 1장(一張)~4장(四張)이라고 청화로 적어두었습니다.

묘지(墓誌, 죽은 사람의 이름과 경력, 생년월일, 성품, 가족사항 등을 새겨 무덤 옆에 파묻는 돌이나 도자기)가 제작된 경태(景泰) 7년은 1456년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기년명 청화 백자 가운데 가장 이른 예입니다. 또한, 이 묘지는 후대에 제작된 백자 묘지들과는 규격이나 번조법 등에서 차이를 보이며, 커다란 석함에 공간을 마련해 넣은 것도 특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