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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영월 요선정

sky_lover_ 2015. 10. 20. 07:56

- 영월 요선정


천강과 법흥천이 만나는 곳에 산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조금 뭣하지만, 긴 삼각형으로 솟아 있는 사자산이 있습니다. 이곳 꼭대기에 정자가 있는데, 요선정(邀僊亭)입니다. 사자산 미륵암 입구 주차장에서 남쪽 능선으로 나 있는 산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닿을 수 있습니다.


이곳은 요선암터(邀僊庵址)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징효대사(澄曉大師, 826~900)가 흥녕선원(興寧禪院)을 열면서 포교할 당시에 있었던 암자터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것을 증명할 길은 없습니다. 이곳에는 정자 외에도 마애불과 탑이 있습니다.

요선정은 정면과 측면이 2칸 규모의 정자 건물로, 숙종, 영조, 정조의 어제시(御製詩)를 봉안하기 위해 1915년에 세워졌습니다. 건물 정면에는 요선정(邀僊亭) 모성헌(慕聖軒)라 쓴 두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 무릉리 석탑


탑은 요선정 남쪽에 있습니다. 지금의 위치가 원래 위치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화강암으로 된 기단부 위에 청석으로 된 탑신부가 올려져 있습니다. 탑신부에는 5층 몸돌까지만 남아 있습니다.


- 무릉리 석탑


탑의 지대석은 보이지 않고, 하층기단은 네모꼴이며, 면석과 갑석이 1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층기단 면석 위에 있는 상대갑석은 뒤집혀 놓여 있습니다.


몸돌은 5매, 지붕돌은 4매가 남아 있습니다. 몸돌 아랫부분에 시멘트로 덧붙여 놓아 원래 모양에서 크게 변형되었습니다. 각 층 몸돌 면석에는 3글자씩의 범자(梵字)가 음각되어 있습니다. 지붕돌 아랫면의 층급받침은 2단입니다. 조성 시기는 고려시대로 추정됩니다.


- 무릉리 마애불


마애불은 요선정 동쪽에 있는 큰 바위 면에 새겨져 있습니다.


마애불은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대좌 및 광배와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머리 부분이 가장 두드러지게 새겨져 있고, 그 아래쪽으로 갈수록 점점 얕게 새겨져 있습니다.


- 무릉리 마애불


이 마애불은 흥녕선원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수호 불상으로 전해옵니다.


발의 머리 위에 육계가 있고, 얼굴의 형태는 타원형이며, 이목구비가 뚜렷합니다. 목에는 삼도가 있습니다. 오른손은 손등이 보이도록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펴서 가슴 부위에 대고 있고, 왼손은 손바닥이 보이도록 해서 어깨 부분까지 올렸습니다. 다리는 결가부좌 하였습니다. 법의는 통견이고, 가슴 아래에는 군의의 띠 매듭이 있습니다. 앉은 다리 밑에는 연화대좌가 있습니다.


- 무릉리 마애불


마애불은 지금이라도 떨쳐 일어나 앞으로 나갈 듯한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신경림 시인은 이 마애불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나 봅니다.


주천강가의 마애불  - 신경림

다들 잠이 든 한밤중이면
몸 비틀어 바위에서 빠져나와
차디 찬 강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뻘겋게 머리가 까뭉개져

앓는 소리를 내는 앞산을 보며
천년 긴 세월을 되씹기도 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논틀밭틀에
깊드리에 흘린 이들의 피는 아직 선명한데
성큼성큼 주천 장터로 들어서서 보면

짓눌리고 밟히는 삶 속에서도
사람들은 숨가쁘게 사랑을 하고

들뜬 기쁨에 소리지르고
뒤엉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참으려도 절로 웃음이 나와
애들처럼 병신 걸음 곰배팔이 걸음으로 돌아오는 새벽
별들은 점잖지 못하다.

하늘에 들어가 숨고
숨 헐떡이며 바위에 서둘러 들어가 끼여앉은

내 얼굴에서는
장난스러운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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