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탑골 부처바위의 서면

- 서면 마애여래상

부처바위 서쪽 면은 다른 면과는 달리 좁아 불상 하나와 몇 가지 장식물, 그리고 비천상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불상 오른쪽에 능수버들이 늘어져 있고, 왼쪽에는 대나무 같은 나무가 서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들 나무 사이 큰 연꽃 위에 앉아 있습니다. 네모에 가까운 갸름한 머리에 자그마한 육계가 솟아 있고, 귀는 늘어져 어깨에 닿았으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는 눈, 갸름한 코, 꼭 다문 입, 부처바위에 새겨진 어느 부처님보다도 근엄한 모습입니다.

머리보다 조금 갸름한 몸체는 반듯하고, 두 무릎은 연꽃 위에 평행으로 놓여 있어 안정감을 줍니다. 두 손은 옷자락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습니다. 머리 뒤에는 보주형 두광이 있습니다. 연꽃과 늘어 뜨린 구슬, 그리고 불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처럼 화려한 두광은 단정한 자세로 앉은 이 부처님을 더욱 엄숙하게 보이게 합니다.

- 비천상

부처님 머리 위로는 피리를 불며 날아가는 비천상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과 비천상 사이로 갈라진 바위 틈이 참 절묘합니다.

이 암벽 면은 동면의 서방극락정토(西方極樂淨土)와 대칭을 이루는 동방유리광세계(東方瑠璃光世界)을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새겨진 부처님은 약사여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