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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옥정

 

경북 포항시 기계면 봉계리 치동(致洞) 마을 안쪽의 계곡에 멋진 정자가 있습니다. 분옥정(噴玉亭)입니다. 용계정사(龍溪精舍)라고도 합니다.

 

분옥정은 숙종 때 유학자인 돈옹(遯翁) 김계영(金啓榮, 1660~1729)을 기리기 위해 순조 20년(1820년)에 후손 김종한을 중심으로 한 경주김씨 문중에서 세운 정자입니다. '분옥정(噴玉亭)'이란 정자 이름은 작은 폭포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의 모습이 옥구슬을 뿜어내는 듯하다 하여 붙여졌습니다.

 

분옥정이 있는 치동 마을은 일암(逸庵) 김언헌(金彦憲, 1609~1682)이 병자호란이 일어난 인조 14년(1636년)에 이곳에 터전을 잡으면서 생긴 경주김씨의 집성촌입니다. 당시 일암 김언헌은 직접 주위 나무를 벌채하여 마을의 터전을 닦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처음에는 '벌치동'이라 하였습니다.

 

- 분옥정

 

분옥정은 '일(ㅡ)'자형 3칸 마루로 구성된 누각을 계곡 쪽으로 세우고, 가운데 칸 뒤쪽으로 2칸 되는 온돌방을 덧붙여 'T'자형 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누각은 봉좌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과 절벽을 차경하기 위해 서향으로 배치하였습니다. 누각 주변에 담장을 둘렀고, 뒤쪽 담장에 1칸 규모의 일각문을 두어 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 분옥정

 

분옥정은 인근 지역의 다른 계정(溪亭)과 같이 전면 기둥을 계곡 쪽으로 내어 세우면서도 지형에 따라 길이를 달리하였고, 뒤쪽 기둥은 석축 기단에 세우는 방식을 취하였습니다.

 

'T'자 모양의 지붕은 두 면은 맞배지붕, 한 면은 팔작지붕입니다. 누각의 정면에는 창호를 달지 않고 계자난간을 설치하여 개방하였으며, 측면에는 판벽을 설치하고 우리판문을 달았습니다.

 

- 분옥정

 

돈옹 김계영은 숙종 때 약관 19세에 생원시에 급제하였으나 세상이 당파와 매관매직으로 혼탁해지자 벼슬을 포기하고 봉계리(치동 마을)에 눌러앉아 시를 쓰며 일생을 마쳤습니다. 그는 분옥정 상류 개울 바닥 청석에 '세이탄(洗耳灘)'이라는 암각서(巖刻書)를 남겨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세이(洗耳)'는 '영천세이(潁川洗耳)'에서 나온 말입니다. 중국 전설상의 임금인 요임금이 허유(許由)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하였으나 허유가 이를 거부하고 기산(箕山)으로 들어갔습니다. 요임금이 또 다른 벼슬을 맡기려 하자 허유는 산 아래 영천(穎)에서 귀를 씻었습니다.

 

돈옹 김계영은 이곳 계곡의 맑은 물에 귀를 씻고 유유자적 독야청청하며 다음과 같은 시를 썼습니다.

새는 그윽한 곳에 구름과 함께 자고   / 幽禽雲並宿
맑은 시냇물은 달과 같이 흐르네   / 淸澗月同流
홀로 이 밤이 길어 어정거리니   / 獨有彷徨久
누가 나의 깊은 마음을 알리요   / 誰知我思悠

 

- 분옥정 향나무

 

분옥정 일각문 앞쪽에 노거수 향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분옥정 향나무입니다.

 

- 분옥정 향나무

 

향나무는 자그마합니다. 하지만 수령이 300년 가까이 되었다고 합니다.

 

- 분옥정 향나무

 

수령: 270년. 높이: 4m. 가슴높이 둘레: 1.5m.
소재지: 경북 포항시 기계면 봉계리 739.

 

- 분옥정 소나무

 

향나무 가까이에 노거수 소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분옥정 소나무입니다.

 

- 분옥정 소나무

 

분옥정 소나무는 돈옹 김계영의 선조인 일암 김언헌이 인조 14년(1636년)에 청도에서 이곳 치동 마을로 이거 하였을 무렵에 심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분옥정 소나무

 

분옥정 소나무는 가지가 많고 왕성합니다. 그래서 만지송(萬枝松)이라 불립니다.

 

- 분옥정 소나무

 

겨울날 독야청청(獨也靑靑) 푸른 소나무, 분옥정 소나무는 기품이 넘칩니다.

 

- 분옥정 소나무

 

수령: 400년. 높이: 12m. 가슴높이 둘레: 2.4m.
소재지: 경북 포항시 기계면 봉계리 739.

 

(202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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