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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로도

 

부산시립박물관에서 5월 12일부터 7월 10일까지 특별기획전 '치유의 시간, 부처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기획전에 전시된 해인사의 감로도(甘露圖)입니다.

 

감로도가 전시된 전시실은 전시물 보호를 위해 최대한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영 시원찮습니다.

 

- 감로도, 1723년, 비단, 281 x 262cm, 1폭, 해인사 성보박물관(사진 출처: 한국의 사찰문화재)

 

수륙재(水陸齋)는 죽은 영혼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행하는 의식입니다. 이때 봉안하는 불화를 수륙화(水陸畵), 수륙회도(水陸會圖)라고 합니다. 이러한 수륙화를 아귀(餓鬼)에게 감로(甘露, 단 이슬과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를 베풀어 극락 왕생케 한다는 의미에서 시아귀도(施餓鬼圖), 감로도(甘露圖)라고도 합니다.

 

감로도는 일반적으로 3단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단의 여래, 중단의 의식행위와 아귀, 하단의 망혼들과 환난 장면의 묘사로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시대마다 하단에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되었습니다.

 

감로도는 고려 시대의 것은 전하지 않고, 1580년에 제작된 것이 가장 오래되었습니다. 해인사의 감로도는 1723년에 심감(心鑑), 신오(信悟), 득총(得聰)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 여래

 

해인사의 감로도를 살펴볼까요?

 

공양물이 차려진 제단 위쪽에 강림하는 일곱 분의 여래가 있습니다.

 

- 아미타삼존

 

제단의 향(向) 오른쪽에 아미타삼존이 있습니다.

 

- 작법승

 

아미타삼존 아래쪽에 의식을 행하는 작법승(作法僧)이 있습니다.

 

- 쌍아귀

 

제단의 아래쪽에 거대한 쌍아귀(雙餓鬼)가 있습니다.

 

아귀는 얻어먹지 못해 항상 굶주려 있는 귀신을 말합니다. 큰 배에 바늘만 한 목구멍을 가졌는데, 먹는 대로 불덩어리로 변해서 고통을 받습니다. 그래서 아귀 입에서 시뻘건 불꽃이 뿜어져 나옵니다.

 

- 인로왕보살(사진 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제단의 향 왼쪽에 석장을 든 지장보살과 번을 든 인로왕보살이 있습니다.

 

- 왕후장상

 

감로도 아랫부분의 향 왼쪽에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있습니다.

 

- 부분

 

감로도 아랫부분의 향 오른쪽에 다양하게 죽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두 장수가 갑옷을 입고 서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장수는 베어진 자기 머리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칼에 머리가 잘린 듯합니다.

 

- 부분

 

뱀에 물린 사람도 있고, 개에 물린 사람도 있습니다.

 

- 부분

 

호랑이에게 물린 사람도 있고, 우마차에 깔린 사람도 있습니다.

 

- 부분

 

노상에서 손발이 묶인 채 목에 칼이 찔린 사람도 있습니다.

 

- 부분

 

말에서 떨어져 말발굽에 밟힌 사람도 있습니다.

 

참으로 다양하게 죽은 사람들입니다. 하나같이 편하게 눈을 감지 못 한 사람들입니다. 사연은 달라도 원한이 남을 수밖에 없는 죽음들입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 구천을 헤매는 원혼들을 위로하고, 그 원혼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그림이 감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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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도를 설명한 김에 조금 대비되는 서양 화가 그림 하나를 소개합니다.

 

르네상스 시대 네덜란드 화가인 피터 브뤼겔 1세(Pieter Bruegel Elder)의 <반란군 천사들의 추락>(The Fall of the Rebel Angels)이라는 그림입니다.

 

- Pieter Bruegel the Elder, The Fall of the Rebel Angels, 1562, Oil on panel, 117 x 162cm, 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 Brussels

 

그림은 타락한 천사 루시퍼(Lucifer)를 비롯한 반란군 천사들이 천국에서 쫓겨나 지옥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묘사하였습니다.

 

그림의 위쪽은 천국을, 아래쪽은 지옥을 나타냅니다. 그림의 위쪽은 밝고, 파란 하늘과 하늘을 나는 천사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그림의 아래쪽은 어둡고, 악마와 괴기스러운 괴물들로 가득합니다.

 

- 부분

 

그림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천사가 기다란 나팔을 부는 바로 위쪽에 악마로 변한 반란군 천사가 지옥을 향해 떨어지고 있습니다.

 

- 부분

 

한 천사가 괴물로 변한 반란군 천사를 창으로 찌르고 있습니다. 그 너머로 악마와 괴물로 변한 수많은 반란군 천사들이 지옥으로 떨어져 내려 산더미로 쌓여 있습니다.

 

- 부분

 

이 그림에서 중심인물은 대천사 미카엘(Michael)입니다.

 

날개를 펼친 대천사 미카엘은물로 변한 반란군 천사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는 금빛 갑옷을 입었습니다. 오른손에 검을 쥐었고, 왼손에 부활의 상징인 흰색 배경에 빨간 라틴십자가가 있는 방패를 들었습니다. 그의 오른발은 묵시록에 묘사된 일곱 개 머리를 가진 괴물의 배 위에 놓여 있습니다.

 

- 부분

 

대천사 미카엘 옆에 흰옷을 입은 천사가 있습니다. 대천사 미카엘을 도와 괴물로 변한 반란군 천사들과 싸우는 중입니다. 그 위쪽에 선과 악의 전쟁이 이미 끝난 것처럼 천사들이 기다란 나팔을 불고 있습니다.

 

- 부분

 

지옥에 떨어진 루시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흰 투구를 쓴 우스꽝스러운 잡종 괴물로 변했습니다.

 

- 부분

 

반란군 천사들이 떨어진 지옥은 악마와 괴기스러운 괴물들로 가득합니다. 죄악을 상징하는 악마와 괴물들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 부분

 

배를 갈라 두 손으로 벌려 뱃속의 알을 드러낸 괴물은 무엇이며... 머리에 왕관을 쓴 채 이것을 바라보는 동물들은 또 무엇인가요? 지옥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 화가의 상상력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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