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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운주사 와불

sky_lover_ 2012. 2. 22. 07:36

- 운주사 와불

주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셋 있습니다. 운주사 구층석탑, 운주사 석조불감, 운주사 원형 다층석탑 이렇게 말입니다. 그렇지만 운주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것들이 아니라 운주사 와불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이 와불은 국보도 아니고 보물도 아닌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문화재적인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이 와불이 이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운주사 와불

운주사 와불은 일주문을 지나 곧바로 왼쪽 산으로 올라가면 능선에 있습니다.

운주사의 다른 석불들은 모두 일어서 있는데, 이 와불만은 누워 있습니다.
와불이란 이름은 그래서 붙은 것이지만 말입니다. 천불천탑 가운데 마지막 천 번째 불상이라는 와불은 한쪽은 몸집이 크고 다른 쪽은 조금 작은 데, 큰 와불은 그 길이가 12m가 넘습니다. 거대한 석불입니다.

와불 가운데 큰 부처님은 앉아 있는 자세의 비로자나불로 보이고, 조금 작은 부처님은 서 있는 자세의 석가여래불로 보입니다.

- 운주사 와불

두 부처님은 다정히 누워 있습니다. 보기 따라선 금실 좋은 부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누워 있는 형태로 만들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완성된 석불을 일으켜 세우지 못해서 지금처럼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그래서였겠지요. 사람들은 세상이 어려울 때마다 이 와불이 벌떡 일어나 새로운 세상,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토록 바라는 새로운 세상은 그렇게 쉽게 오지는 않을 모양입니다. 지금도 와불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말없이 누워만 있습니다. 그것은 와불이 사람들의 그런 바람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쩌면 아직은 그때가 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지요.

날카로운 황홀함  / 김경성

운주사 와불을 보려면
와불 옆에 있는 소나무의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낮은 산봉우리에 몸을 올려놓은
지는 해가 아니어도
와불의 등 뒤로 가만히 손을 넣은 소나무의 손이
왜 따스한지, 핏줄이 서도록
그 자리에 오래 서 있는지 여백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물 위에 쏟아지는 햇볕 그대로 껴안고 가만히 누우면
흘러가는 시간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소나무의 손 위에 누워 눈을 감았습니다
치맛자락이 날리면서 제 그림자도 와불의 옷자락에 걸렸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흩어지는 말보다도
마음 속에 잠겨 있는 보이지 않는 법문이 듣고 싶었습니다
마음의 눈으로 들으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발자국 무늬 겹겹이 쌓여 탑이 되고
나무와 새들의 소리는 물 흘러가는 소리 같았습니다
어느 해 씨앗이었나
땅속에 침묵하는 수많은, 살아 있음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순간의 날카로운 황홀함을 마음의 책장에 새겼습니다
와불과
소나무의 손과
바람과
와불의 몸 위에 걸쳐 있는 그림자 흔들리고
제 안의 침묵의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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