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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주사 일주문
운주사(雲住寺)는 '천불천탑(千佛千塔)'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렇지만 정말 1,000개의 불상과 탑이 있는지 일일이 세어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천불천탑'의 의미를 단지 불상과 탑이 많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니까요. '천불천탑'이라는 말도 매력적이지만, '구름이 머무는 절'이라는 절 이름도 멋지지 않나요?
조선 성종 12년(1481년)에 처음 편찬되고 중종 25년(1530년)에 증보된 <동국여지승람>의 능성현(綾城縣)조에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다. 절 좌우 산마루에 석불과 석탑이 각각 1,000개 있고, 또 석실이 있는데 두 석불은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있다.(雲住寺在天佛山 寺之左右山背石佛石塔各一千 又有石室二石佛相背以坐)"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기록을 보면 그 당시에는 석불과 석탑이 각각 1,000기씩이나 실제로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거지탑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부근에 사는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이곳의 탑과 불상을 헐어다가 묘지 상석이나 주춧돌, 섬돌 등으로 쓰거나 축대를 쌓는 데 썼고, 때로는 통째로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1942년까지만 해도 석탑은 30기, 석불은 213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석탑 12기, 석불 70여 기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 칠성바위와 칠층석탑
그러면 누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이처럼 많은 석탑과 석불을 세웠을까요?
이곳에 석불과 석탑을 세운 사람은 도선국사(827~898)라 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신라 때의 고승인 운주화상이나 중국 설화에 나오는 선녀인 마고할미라고 하기도 합니다. 조성 목적 또한 다양하게 전하고 있는데, 서울을 옮기기 위해서, 국태민안을 위해서,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등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운주사는 고려시대인 11세기 초에 창건된 후 12세기에 전성기를 거쳐 임진왜란 때에 소실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후 논밭으로 변한 운주사터에 1918년에 인근 사람들의 시주로 허름한 건물이 중건되었고, 근래에 들어 번듯한 대웅전이 지어졌습니다.

- 원형 석탑
운주사 석탑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연꽃무늬가 밑에 새겨진 넓적하고 둥근 지붕돌의 석탑과 동그란 발우형 석탑, 백제계 석탑, 신라계 석탑, 모전석탑 계열의 석탑 등 그 모양도 가지각색입니다.

- 와불
운주사 서쪽 능선에는 미완성 석불인 거대한 와불이 누워 있습니다.
이 와불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합니다. 천불천탑을 세우고 마지막으로 와불만 세우면 되었는데, 일에 지친 도선국사의 상좌가 그만 닭울음 소리를 내는 바람에 일을 하던 하늘에서 내려온 석공들이 그대로 남겨두고 하늘로 다시 올라가 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와불이 일어나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 석불들
운주사 석불들은 산골짜기에 집단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크기도 각각 다르고, 얼굴 모양도 각양각색입니다. 홀쭉한 얼굴형에 선으로만 단순하게 처리된 눈과 입, 기다란 코, 그리고 단순한 옷자락이 인상적입니다.

- 불사바위
운주사 뒷산 8부 능선 산마루에 커다란 둥근 바위 하나가 있습니다.
이 바위를 '불사바위'라고 하는데, 옛날 천불천탑 불사를 할 때 총감독이 앉아서 내려다보며 지시했던 바위라 하여 '공사바위'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바위 위에 올라서면 왜 그런 이야기가 전해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운주사의 모습을 한눈에 다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 불사바위에서 내려다본 운주사
운주사는 그동안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그곳까지 가기가 적잖이 멀 뿐만 아니라 갈 일도 따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천불천탑의 절이란 말답게 많은 탑과 불상이 있는 그곳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만 있으면 기회는 언젠가 생기는 법, 그곳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지만, 운주사에는 오후가 되어서야 닿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내리던 눈은 운주사에 도착하니 이미 멎었습니다. 하얀 눈 속의 운주사를 은근히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석탑과 석불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데는 오히려 잘된 일입니다.
운주사는 탑과 불상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한껏 차려진 잔칫상과도 같은 곳입니다. 맛난 음식들이 가득한 데 배가 불러서 과연 제대로 다 먹을 수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경우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찬찬히 맛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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