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양동마을 서백당의 향나무

- 송첨종택

 

경주 양동(良洞)마을은 세조 3년(1457년)에 청송에 살던 손소(孫昭)가 처가가 있는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마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손소의 장인 풍덕 류씨(豊德柳氏) 류복하(柳復河)는 여말선초의 만호(萬戶)로 일대의 수많은 노비와 토지를 소유한 토호(土豪)였습니다.

 

양동마을 북쪽 언덕에 송첨종택(松簷宗宅)이 있습니다.

 

송첨종택은 경주 손씨(慶州孫氏)의 큰 종가로, 양동마을에서 시조가 된 손소가 지은 집입니다. 이곳에서 손소의 아들 손중돈(孫仲暾)과 외손 이언적(李彦迪)이 태어났습니다.

 

- 손소 초상화

 

양민공(襄敏公) 손소(孫昭, 1433∼1484)는 평범한 지방 재산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여 중앙 관직에 나갔고, 세조 때 일어난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여 2등 공신이 되어 국가로부터 노비 10구와 논밭 100결을 하사받았습니다. 또한 공조참의, 안동부사, 진주목사 등의 굵직한 벼슬도 역임하였습니다. 손씨 가문은 그의 명성에 힘입어 계속 양동마을에 뿌리박고 세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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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는 5남 1녀를 두었습니다. 맏아들은 처가의 대를 이으려고 장가를 가버려 둘째 아들이 양동마을의 실질적인 상속자가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우재(愚齋) 손중돈(孫仲暾, 1464~1529)입니다. 손중돈은 김종직의 제자로 영남 성리학계의 태두로 추앙받으며, 3조의 판서 등 최고위직 벼슬을 두루 역임하였습니다. 이로써 손씨 일가는 부자 2대에 걸친 명문가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손씨 부자는 중앙에서 관직을 하면서도 향촌의 기반을 확고히 관리해 명실상부한 씨족 마을로 정착시켰습니다.

 

손소에게 외동딸이 있었습니다. 이 외동딸에게 여주 이씨(驪州李氏) 이번(李番)이 장가들어 처가살이하였습니다. 이번은 두 아들을 둔 후 일찍 사망하였고, 그 아들들은 외가인 양동마을에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맏아들이 유명한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1553)입니다.

 

- 서백당

 

서백당(書百堂)은 송첨종택의 사랑채에 해당합니다.

 

- 서백당

 

사랑 대청에 '서백당(書百堂)'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서백당(書百堂)'은 '참을 인(忍) 자를 100번 쓴다'는 의미입니다,

 

서백당 현판 뒤쪽에 '송첨(松簷)'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송첨(松簷)'은 '소나무 처마처럼 소박한 집'이라는 뜻입니다.

 

- 석탑재

 

사랑 대청으로 올라가는 댓돌로 석탑재가 놓여 있습니다. 이 석탑재는 석탑의 상층기단부 면석으로 보입니다.

 

- 서백당과 향나무

 

사당으로 올라가는 서백당 앞뜰에 오래된 향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 향나무

 

향나무는 수세가 왕성하여 멀리서 보면 분재처럼 꾸민 듯 보입니다.

 

- 향나무

 

향나무는 처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내뱉게 합니다. 그만큼 나무의 자태가 웅장하고 위엄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울퉁불퉁한 밑동에서 근육질 넘치는 남성미를 떠올리고, 어떤 이는 굽이굽이 뻗어나간 줄기에서 아름다운 여성미를 떠올립니다.

 

- 향나무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향나무는 손소(孫昭)가 세조 3년(1457년)에 양동마을에 정착하면서 집을 짓고 그 기념으로 심었다고 합니다.

 

- 향나무

 

이 향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습니다.

 

수십 년 전 한 재벌가에서 이 나무를 탐내어 거액을 제시하였습니다. 후손들은 그 제안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하고 나무 보호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 향나무

 

수령: 약 600년. 높이: 9m. 가슴높이 둘레: 3m.
소재지: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223.

 

(2024.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