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율곡사

- 산청 율곡사

경남 산청에 있는 율곡사(栗谷寺)는 해인사의 말사입니다. 예전에는 당우가 많았던 것으로 짐작되지만, 지금은 대웅전과 몇몇 건물만 남았습니다. 가람 배치는 산속 절의 건물 배치를 하였습니다.

율곡사라는 절 이름은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 골짜기에 밤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절은 작지만 아담합니다. 그래도 절의 역사는 깊어 신라 진덕여왕 5년(651년)에 원효가 창건하였고, 경순왕 4년(930년)에 감악조사(感岳祖師)가 중창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 절의 내력은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대웅전 기단 앞에 고려시대의 유물로 짐작되는 석조 팔각 불대좌의 일부가 남아 있고, 조선 성종 때 간행된 <동국여지승람> 단성현조에 '율곡사는 척지산(尺旨山)에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 율곡사에서 내려다본 조망

율곡사가 자리한 곳은 해발 450m쯤 되는 꽤 높은 산 중턱입니다. 이 절 마당에 서서 앞을 내려다보면, 능선 아래로 저 멀리 골짜기가 길게 펼쳐져 있습니다.

- 대웅전

율곡사의 첫 번째 보물은 대웅전입니다. 그 규모는 앞면 3칸·옆면 3칸입니다. 지붕은 팔작지붕이며, 공포는 다포계 양식입니다.

이 건물은 조선시대 중기에 지어졌고, 이후에 여러 차례 중수되었습니다. 2003년 해체과정에서 "강희십팔년기미월일상량기(康熙十八年己未月日上樑記)"라 적은 묵서명이 나왔습니다. 조선 숙종 4년(1679년)에 건물 최상부 부재인 마룻대(上樑)가 올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대웅전 꽃살문

대웅전 앞쪽에 나 있는 문은 아름다운 꽃살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짙은 단청과 더불어 건물에 화려함을 더합니다.

- 목조 아미타삼존불

대웅전 내에는 나무로 만든 아미타삼존불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본존불인 아미타여래상을 중심으로 하여 그 왼쪽에는 관음보살상이 있고, 오른쪽에는 대세지보살상이 있습니다. 삼존불의 자세는 등을 세우고 고개를 약간 숙인 모습의 반가부좌상으로,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는 모습입니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입니다.

- 괘불탱

율곡사의 또 다른 보물은 괘불탱입니다. 이 괘불탱은 가로 4.75m, 세로 8.27m 크기로, 화면 가득 보살상만을 그렸습니다. 보살상은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는데, 보관 가운데에 5구의 작은 화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둥그스름한 얼굴에 치켜뜬 듯한 눈매와 긴 코, 작은 입, 적당히 큰 귀 등 이목구비가 매우 단정하며, 목에는 삼도가 뚜렷합니다. 오른손에는 흰색과 붉은색의 꽃송이가 피어난 연꽃가지가 들려 있습니다. 넓은 가슴에는 큼직한 연꽃을 매단 가슴장식이 있고, 연꽃 받침을 딛고 서 있는 두 발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었습니다.

그림 바탕의 좌우로는 대칭되게 모란꽃이 그려져 있는데, 녹색 잎사귀에 꽃은 붉은색, 흰색, 분홍색, 회색, 푸른색 등 다양한 색깔로 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은 조선 숙종 10년(1684년)에 그려진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림 맨 아래쪽에 왕과 왕비와 세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이는 다른 괘불탱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합니다.

- 부도밭

율곡사를 내려오면서 올라갈 때 보아두었던 부도밭을 찾았습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부도밭에는 몇 기의 석종형 부도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부도밭을 둘러보는 동안 조금 전 대웅전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대웅전 안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문밖에 서서 기다리던 스님 한 분이 그 안에서 찍은 사진을 모두 지우라고 요구했습니다. 아마도 그곳에서 쭉 지켜보았던 모양입니다. 왜 그러냐고 일일이 따지기 귀찮아 대충 대답하고 돌아서려니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했습니다. 좀 더 이곳저곳 살펴보고 싶었으나 별도리 없이 서둘러 그곳을 떠나야 했습니다.

간혹 다른 절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사진 찍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