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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

창원 북부리 팽나무

sky_lover_ 2022. 8. 3. 07:21

- 대산문화체육공원에서 바라본 팽나무

 

19세기 초 영국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G. G. Byron)은 그의 대표 시선집인 <차일드 해럴드 순례>를 발표하고 나서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바이런의 말처럼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나무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창원 북부리 동부마을의 팽나무입니다.

 

- 팽나무가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 북부리 들판

 

팽나무가 있는 동부마을은 30가구 60여 명이 당근과 멜론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사는 조용한 시골 동네입니다. 창원, 김해, 밀양 3개 도시가 인접한 곳이지만,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라 주민들 외에 외지인을 보기 드문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마을에 있는 팽나무가 인기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팽나무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조용한 시골 마을이 시끌벅적한 난장(亂場)으로 변했습니다. 주말이면 마을 주위 도롯가는 주차한 차들로 빼꼼한 곳이 없고, 길에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 북부리 팽나무

 

팽나무는 마을 뒤 주변이 탁 트인 언덕 위에 있습니다.

 

- 북부리 팽나무

 

북부리 팽나무는 높이가 16m이고, 가슴둘레가 6.8m이며, 수관폭(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이 27m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나이는 500년쯤 되었다고 하며, 팽나무 가운데 비교적 크고 오래된 축에 속합니다. 

 

- 북부리 팽나무

 

나무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나무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고, 때로 크게 떠드는 사람들까지 있어 느긋하게 바라볼 형편이 못 됩니다.

 

- 금줄

 

나무 밑동에 금줄이 둘려 있습니다. 금줄에는 한지 대신 천 원짜리 지폐가 끼워져 있습니다. 누가 그랬을까요?

 

- 가지

 

하늘로 뻗은 나뭇가지는 아직은 그런대로 잎이 무성합니다.

 

- 밑동

 

나무 아래는 밑동 가까이 시멘트가 땅을 덮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나무를 함부로 만지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노거수에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무 주위 시멘트를 조금 더 멀찌감치 걷어내고, 나무 주위에 낮은 울타리라도 쳐서 나무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 북부리 팽나무

 

북부리 팽나무와 같은 노거수는 풍성한 가지와 넉넉한 모습이 볼거리입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이 노거수의 넉넉한 품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가까이서 찍는 '인증샷' 이런 것보다 주변 풍경과 같이 사진에 담는 것이 좋습니다. 굳이 나무에 다가가서 꼭 만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멀리서 바라본 팽나무

 

갑자기 유명해져 몰려드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 노구(老軀)의 팽나무...

 

늘 그랬듯이 사람들의 관심은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어버립니다. 시간은 흐르면 사람들의 관심도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이곳도 예전처럼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때 다시 찾아와 나무와 마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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