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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락당

 

옥산서원(玉山書院)에서 북쪽으로 600m쯤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이 한때 살았던 집이 있습니다. 독락당(獨樂堂)입니다.

 

- 독락당(2017.2.26.)

 

독락당은 회재가 살았던 집의 사랑채 이름입니다. 장년에 중앙 정계에서 밀려난 회재는 이곳에서 7년간 은거했습니다.

 

독락당은 정면이 4칸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옛 건축에서 칸수가 홀수인데, 독락당은 짝수입니다. 게다가 지붕도 비대칭입니다. 개울을 향한 동쪽은 팔작지붕이지만, 안채와 맞붙은 서쪽은 맞배지붕입니다.

 

- 현판

 

건물 정면에 '옥산정사'(玉山精舍)라 쓴 현판이 걸려 있고, 대청 뒤쪽 쌍여닫이 띠살문 위쪽에 '독락당'(獨樂堂)라 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옥산정사'라 쓴 현판은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썼고, '독락당'라 쓴 현판은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가 썼습니다.

 

- 담장의 살창

 

독락당 동쪽 쌍여닫이 띠살문과 마주 보는 담장에 살창이 나 있습니다. 이곳을 통해 독락당 대청에 앉아 담장 너머 개울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 계정(2017.2.26.)

 

독락당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계정(溪亭)이 있습니다. 계정 옆으로 덧붙인 건물 방문 위에 현판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 현판

 

'양진암'(養眞庵)이라 쓴 현판입니다. 글씨는 퇴계가 썼습니다.

 

현판의 부드럽고 점잖은 글씨는 그렇다고 치고, 어느 암자를 떠올리는 그 이름이 이채롭습니다. 이곳은 집 뒤에 있는 절인 정혜사(淨惠寺)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스님이 아무 때나 찾아와 머물게 하려는 회재의 배려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회재는 정혜사와 인연이 깊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여기서 글을 읽었고, 은둔 시절에는 정혜사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스님과 친교가 깊어 정혜사와 독락당을 서로 자주 오갔다고 합니다. 당시 조선 사회 최고의 유학자인 회재가 미천한 계급의 스님과 그 신분을 뛰어넘는 친교를 맺었다는 점은 회재의 깊은 인격과 사상의 폭을 짐작하게 합니다.

 

- 계정

 

계정은 독락당의 꽃입니다.

 

건물이 다른 건물과는 달리 개울 쪽으로 튀어 나가 있습니다. 이것은 개울을 좀 더 가까이 느껴보기 위한 것이겠지요. 바깥세상과는 문을 닫았지만, 자연을 향해서는 마음을 열어두었던 당시 회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현판

 

계정 한쪽 벽면 위쪽에 '계정'(溪亭)이라 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현판 글씨는 석봉(石峯) 한호(韓濩)가 썼습니다.

 

- 계정에서 바라본 자계천

 

계자 난간에 기대어 개울을 바라봅니다. 주위에 봄 냄새가 가득하고, 하얀 찔레꽃이 눈에 부십니다.

 

- 담장길

 

계정을 나와 개울로 향합니다. 햇살이 비친 담장길이 정겹습니다.

 

- 담장의 살창

 

그리고 담장에 나 있는 살창도 정겹습니다.

 

- 계정

 

개울 건너편에서 계정을 바라봅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계정은 매력적입니다. 그 모습을 잊지 못해 그동안 몇 번을 이곳을 찾았는지 모릅니다.

 

- 자계천

 

이곳을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계정을 가슴 속에 담습니다.

 

- 자계천

 

봄바람 따라 하얀 꽃씨가 사방에 흩날립니다. 개울물 위에 떨어진 꽃씨가 눈에 밟히고 또 밟힙니다.

 

-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양진암'이라 쓴 현판 글씨를 떠올리며 정혜사지로 향합니다.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이곳 절터에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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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분

 

탑에 가까이 다가가 바라봅니다.

 

신라 석탑에서 보기 드문 낙수면의 우동마루, 그리고 처마선 아래의 반듯한 절수구, 별석으로 이루어진 3단 층급받침... 한동안 그것에 빠져듭니다.

 

- 집 짓는 말벌

 

그러다가 뭔가 눈에 띄는 게 있어 화들짝 놀랍니다. 말벌 한 마리가 1층 지붕돌 아래에 집을 짓고 있습니다.

 

-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지금 절터에는 회재와 각별했던 사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석탑 하나만 외로이 남았습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가 "해당화가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동백꽃이 차가운 얼음 속에 오연(

傲然)하다"고 노래한 신라 고찰 정혜사는 어디로 사라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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