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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밀양 삼랑진 처자교

sky_lover_ 2017. 4. 5. 08:32

- 작원나루


양 삼랑진 작원마을 앞 강변에 작원나루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김해 도요리와 이어주는 중요한 나루였을 텐데, 지금은 낚시꾼이나 어쩌다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 처자교 안내판


작원나루에서 삼랑진읍 쪽으로 자전거 길을 따라가면 처자교 안내판이 있습니다.


- 처자교 안내판


<밀양지명고(密陽地名攷)>에 처자교(處子橋)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옛날 작원관(鵲院關) 근처에 조그마한 절이 있어 한 스님이 살았는데, 근처 마을의 미모의 한 처녀를 연모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에 두 남녀는 서로 사랑을 걸고 교통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다리 놓기 시합을 벌이기로 했다. 스님은 행곡천(杏谷川) 다리를 맡았고, 처자는 우곡천(牛谷川) 다리를 맡아 작업을 시작했으나, 스님은 처자의 연약한 노동력을 깔보고 교만을 부리는 사이에 처녀가 먼저 다리를 완성했다. 스님은 부끄러운 나머지 자기 몫의 다리를 완공하고는 잘못을 뉘우치고 처녀에게 사과한 후 절을 떠나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다른 여러 문헌에도 처자교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작원관 앞 사포교(四浦橋)', <밀주징신록>에서 '승교(僧橋), 처자교', <밀양지>에서 '숙종 대에 세운 아치형으로, 처녀교, 승교'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 작원진석교비


작원관(鵲院關)에 작원진석교비(鵲院津石橋碑)가 있습니다. 비는 자줏빛 사암으로 만들어져 붉은 색깔을 띠고 있습니다. 처자교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선 숙종 16년(1690년)에 세워졌습니다. 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리는 대로에 접하므로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다. 옛날부터 나무로 만들었더니 보수하거나 허물어질 때마다 사람들이 노역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안태에 사는 동지(同知) 오인발(吳仁發)이 분개하며 한탄하더니 스스로 화주가 되어 몇 년 만에 드디어 석교가 완성됐다. 재물이 소모된 것이나 인력이 투입된 것은 세세히 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는 다만 한 시대 한 고을 거주민들을 무사하게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또한 온 세상 길손들이 지나는 곳이 됐으니 영원히 칭송할 바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그 내용을 간략하게 기록한다.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뒤에 같이 그 일을 주동한 사람은 오홍건(吳弘健)과 □병□ 그 사람이다. 안태리 200호가 2월에 노역을 시작하여 8월에 이르러 7달 만에 끝났다. 숙종 16년(1690년)인 강희(康熙) 29년 경오 9월에 세웠다.


비의 내용에 따르면 <밀양지명고>의 처자교 이야기와는 아주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은 전설과는 달리 무미건조합니다.


- 처자교로 가는 길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강 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100m쯤 가면 처자교가 있습니다.


- 처자교가 있는 곳


처자교는 그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가 2011년 6월 발굴 때 잠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낙동강 물의 범람으로 인한 훼손과 유실을 염려하여 다시 묻어 두었습니다.


- 처자교가 있는 곳


처자교는 조선시대에 동래와 한양 사이에 건설된 영남대로(嶺南大路)에 남아 있는 유일한 옛 돌다리입니다. 그리고 쌍홍예교입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모습이 남아 있었다고 하는데, 큰 홍수로 강이 몇 번 범람하면서 진흙 속에 묻혀 사라졌다고 합니다.


- 처자교에서 작원마을 쪽으로 바라본 모습


처자교는 대략 동서 방향으로 놓여 있습니다.


- 처자교에서 삼랑진읍 쪽으로 바라본 모습


다리 동쪽은 작원마을 쪽이고, 서쪽은 삼랑진읍 쪽입니다.


지금 작원마을과 삼랑진읍 사이에는 북쪽에서 흘러내려 온 행곡천(안태천)이 검세리에서 우곡천과 만나 낙동강에 합류합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처자교는 우곡천에 놓인 다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곡천 물길은 처자교와 꽤 떨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길도 변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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