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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성사 일주문
예로부터 팔공산은 산세가 세 부처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신성시되어 온 곳이라 그런지 이곳에는 유서깊은 절이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 환성사라는 절도 있습니다.
환성사(環城寺)는 경북 경산시 하양읍 사기리 팔공산 기슭에 있습니다. 신라 흥덕왕 10년(835년)에 헌덕왕의 아들인 심지왕사(心地王師)가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절 이름 그대로 주위로 산자락이 성처럼 둘러싸고 있습니다. 고려 말에 발생한 화재 때문에 절 일부가 소실되었고, 인조 13년(1635년)에 신감대사(神監大師)가 중창하고, 영조 4년(1728년) 중건했습니다. 순조 24년(1824년)에는 심검당을 중건하였고, 광무 원년(1897년)에 선월대사(亘月大師)가 다시 중창했습니다.
환성사에서 가장 먼저 객을 맞는 것은 일주문입니다. 그런데 이 일주문이 좀 독특합니다.
일주문의 돌기둥은 4개로 사각과 팔각 형태를 하고 있으며, 그 높이가 2.75m에 이릅니다. 그런데 모두 일렬로 서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예로는 범어사 일주문이 있습니다. 환성사 일주문은 범어사 일주문에 비해 날렵하고, 사각과 팔각의 돌기둥으로 되어 있습니다.
- 부도밭
일주문 옆에 부도밭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비석과 함께 부도가 있습니다.
비석은 영조 4년(1728년)에 세운 '환성사유공비' 등이 있고, 부도는 석종형과 원구형으로 조선시대 후기에 세워진 것들로 보입니다. 또한, 이곳에는 탑신석을 대좌로 삼아 봉안된 석불좌상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석재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 용연
일주문을 지나 수월관을 지나기 전에 용연(龍淵)이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이 연못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합니다.
예전에 절로 오르는 입구에 그 모양이 자라와 닮아 자라바위(또는 거북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있었습니다. 심지왕사가 이곳에 절터를 잡을 때 이 자라바위를 보고 "이 바위가 있는 한 절의 번영은 쇠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언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심지왕사가 절을 짓고 난 후부터 번창하기 시작하여 잠시도 한가한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예언이 희미한 기억이 되어가고 있을 즈음 젊어서는 덕을 베풀어 여러 사람의 존경을 받았으나 나이가 들자 많은 손님을 번거롭고 귀찮게 여기게 된 주지 스님이 있었습니다. 주지 스님은 "우리 절에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것은 자라바위 때문일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시켜 자라바위 목을 자르게 했습니다. 바위의 목을 정으로 깨뜨리니 갑자기 연못이 붉게 변했고, 이런 소문 때문인지 절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한 거지 같은 객승이 이곳을 찾아와 묵고 가기를 청하니 주지 스님은 이를 귀찮게 여기고 구석진 골방을 주고 공양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이 객승은 길을 떠나면서 주지 스님에게 "이 절에 사람이 많은 것은 저 연못 때문이니 저것을 메우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주지 스님은 이 말을 듣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다 못을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삽을 퍼 넣자 갑자기 못 속에서 금송아지 한 마리가 날아오르더니 슬피 울고는 산 너머 동화사 쪽으로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동네 사람들을 겁을 먹고 일을 멈추었고, 주지 스님은 절의 스님들을 동원하여 못을 메우게 했습니다. 꼬박 100일이 걸려 못을 메우고 마지막 흙 한 삽을 퍼붓자 별안간 온 절에 불이 붙기 시작하여 그 웅장하던 집채들을 모조리 태우고 말았습니다. 겨우 대웅전과 수월관은 남았지만, 그 이후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말았다고 합니다.
- 수월관
수월관(水月觀)은 이 절의 문루에 해당하는 건물입니다. 팔작지붕에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2층 다락집으로 되어 있습니다. '수월관'이란 이름은 예전 대웅전 앞에 있던 연못에 잠긴 달을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가히 일품이라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심지왕사 이후로 또 한 번 이 절에서 위대한 선사(禪師)가 났다고 합니다. 절에서는 이를 기념하여 일주문을 세우고, 대웅전 앞쪽에 큰 연못을 파고, 누각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때 지어진 누각이 수월관입니다. 이 선사는 수월관 앞의 연못을 보며 "만일 이 연못을 메우면 절이 쇠하리라."라고 예언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앞서 말한 전설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 대웅전 앞마당
수월관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그리 넓지 않은 마당에 석탑과 노주가 있고, 그 뒤로 보물 제562호인 환성사 대웅전이 있습니다.
이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로 팔작지붕에 다포계 양식을 하고 있으며, 건물 내부에는 독특한 양식의 불단과 경북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아름다운 단청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환성사에 갔을 때 보수공사 중이라 그 모습을 살펴볼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환성사는 자라바위를 깨뜨리고 연못을 한때 메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랜 역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전설 속의 연못은 다시 만들어졌지만, 예전의 영화는 되돌아오지 않고 변함없이 적적하고 쓸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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