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늠비봉 오층석탑

- 경주 남산 전망대에서 내려가며 바라본 늠비봉 오층석탑

경주 남산 전망대에서 부엉골(富興谷)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경주 시내를 배경으로 하여 능선에 우뚝 솟은 탑 하나를 볼 수 있습니다. 늠비봉 오층석탑이라고 부르는 탑입니다.

이 탑이 있는 곳은 포석계 포석곡 제6사지(작은 늠비절터)로 알려진 곳입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부흥사(富興寺)의 원래 절터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 남산 늠비봉 오층석탑

탑이 서 있는 곳은 작은 늠비봉 정상부의 넓은 바위가 돌출된 곳입니다.

2002년 2월에 지금처럼 탑을 다시 세우기 전에는 이곳에 기단 일부가 남아 있었고, 기단 주위로 상륜부를 제외한 일부 탑재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면석 일부와 몸돌받침, 그리고 몸돌로 추정되는 긴 네모꼴의 석재가 원래의 위치에서 벗어나 북쪽 면석 위에 누워 있었으며, 다른 탑재들이 산비탈 아래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 기단부

탑은 자연 암반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기단 면석은 자연 암반을 깎거나, 암반의 요철에 따라 긴 네모꼴의 별석(別石)을 세우거나 뉘어서, 상면의 높이에 맞추어 결구하였습니다. 특히 일부 구간에서는 암반을 'ㄴ'자 모양으로 파내어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원래는 면석으로 둘러싸인 기단 내부에는 가운데에 90㎝ 내외의 큰 돌 1매가 받치고 주위에 20 x 50㎝ 크기의 돌로 채워져 있었는데, 탑이 무너진 후 대부분 유실되었습니다.

기단 면석 위로 기단 갑석이 놓여 있습니다. 이 기단 갑석은 발굴조사 당시에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갑석에 부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하였습니다. 기단 갑석 가운데에는 2단의 몸돌받침을 별도로 두어 1층 몸돌을 받치게 하였습니다.

- 탑신부

탑신부 몸돌은 1층에서는 4매, 나머지 층에서는 1매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붕돌 또한 지붕돌과 층급받침이 하나로 되어 있지 않고 별석(別石)으로 되어 있습니다. 원래 탑재로 된 1층 지붕돌을 보면 지붕돌이 4매, 층급받침은 2매로 되어 있습니다.

지붕돌 아래쪽의 층급받침은 3단으로 되어 있으며, 지붕돌 윗면에는 2단으로 된 몸돌받침 1매를 별도로 두고, 그 위에 위층 몸돌을 올려놓았습니다.

- 늠비봉 오층석탑

몸돌에는 모서리기둥을 새기지 않았습니다.

4층 몸돌과 5층 몸돌 및 5층 몸돌받침의 중심에 지름 20㎝의 원형 구멍이 관통되게 뚫려 있었는데, 이 구멍은 찰주를 꽂았던 구멍으로 추정되었습니다. 4층 몸돌받침에도 같은 크기로 8㎝ 깊이로 홈이 파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찰주공을 4층 몸돌받침까지 뚫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깊어서 이것을 사리공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 늠비봉 오층석탑

이 탑은 자연 암반을 기초로 하여 단층기단 위에 세운 오층석탑입니다. 건립시기는 10세기 이후, 즉 고려시대 초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경주에 있는 다른 석탑과는 달리 이 탑은 고려시대 석탑의 일반적인 특징과 함께 새로운 양식이 서로 합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경상도 지역에서 신라시대 석탑양식을 벗어난 백제계 석탑양식이 도입된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늠비봉 오층석탑

늠비봉 오층석탑은 복원하면서 새로 만들어 넣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마치 새로 만든 탑처럼 보이지만, 고증을 거쳐 복원하였으니 원래 모양에 비교적 가까울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탑은 용장사터 삼층석탑처럼 탑이 있는 곳이 매우 절묘합니다. 이곳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탑의 위치를 정함에 있어 당시 신라사람들의 뛰어난 안목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