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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남헌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내리에 영일민속박물관(迎日民俗博物館)이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옛 영일군(迎日郡, 지금의 포항시)과 영일문화원(迎日文化院, 지금의 포항문화원)이 함께 민속자료를 수집하고, 옛 흥해군(興海郡)의 동헌(東軒) 건물인 제남헌(濟南軒)을 박물관으로 수리 단장하여 1983년에 개관하였습니다. 4,600여 점의 민속자료 소장하고 있으며, 2,3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남헌이 언제 처음 지었는지 알 수 없고, 이건(移建) 때 나왔다고 하는 '도광 십오년(道光十五年, 1835년)'이란 상량문만 남아 있습니다. 이 상량문도 건립 당시의 것인지 중건 때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흥해읍성과 모든 관아 건물이 모두 없어질 때 남헌만 살아남았습니다.

 

제남헌(濟南軒)은 정면 7칸 측면 3칸 규모에 '一'자형 평면을 갖춘 팔작지붕 집입니다. <여지도서(與地圖書)>와 <경상도읍지(慶尙道邑誌)>에 흥해읍성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1925년에 원래 자리에서 동남쪽으로 70m 떨어진 흥해읍사무소로 옮겨졌다가 1976년에 다시 원래 자리로 옮겨졌습니다.

 

- 척화비

 

제남헌 앞쪽에 척화비가 있습니다. 2001년 8월 6일에 흥해읍 칠포리 암각화군 앞 (구)칠포도로에서 발견된 척화비를 이곳으로 옮겨 세워 놓았습니다. 척화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계아만년자손(戒我萬年子孫)  / 우리의 만대 자손들에게 경고하노니
양이침범(洋夷侵犯)  /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비전즉화(非戰則和)  / 싸우지 않으면 화해할 수밖에 없고
주화매국(主和賣國)  / 화해를 주장하면 나라를 파는 것이 된다.
병인작신미립(丙寅作辛未立)  / 병인년(1866년)에 짓고 신미년(1871년)에 세우다.

 

- 군수홍공청덕인정비

 

영일민속박물관 뜰에 송덕비가 여럿 있습니다. 그 중 군수홍공청덕인정비(郡守洪公淸德仁政碑)입니다.

 

이 비는 상당한 품격을 갖춘 비입니다. 비에 '숭정신미년오월 일(崇禎辛未年五月 日)'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선 인조 9년(1631년) 5월에 이 비가 세워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부도

 

군수홍공청덕인정비 옆 회화나무 아래에 부도 1기가 있습니다.

 

이 부도는 원래 있던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석종형 부도입니다. 상륜부는 없어졌습니다.

 

- 석조 동물상

 

영일민속박물관 뜰 한쪽에 앞다리 사이에 새끼를 안고 있는 사자상으로 알려진 동물상이 있습니다.

 

이 동물상은 면사무소 공사 중에 발굴되어 옮겨 왔다고 합니다.

 

- 장명등

 

제남헌 뒤쪽으로 가면 여러 석물이 있습니다.

 

장명등(長明燈)이 있고...

 

- 동자상

 

동자상이 있습니다.

 

- 부도

 

그리고 특이한 형태의 부도 1기가 있습니다.

 

- 부도

 

이 부도는 원래 있던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부도로 전하고 있습니다.

 

부도 형태는 2개의 부재로 되어 있는 기단저석과 기단면석, 1개의 부재로 되어 있은 기단갑석과 탑신석과 옥개석, 그리고 보주로 장식된 상륜부로 되어 있습니다.

 

- 명문

 

이 부도에 '보■당여한(宝■堂呂閑) 신묘이월일(辛卯二月日)'이라고 새겨진 명문이 있습니다. '보■당여한(宝■堂呂閑)'은 당호와 이름으로 보입니다.

강원도 영월 보덕사(報德寺) 극락보전에 아미타후불화(阿彌陀後佛畵)가 있습니다. 이 불화는 정조 10년(1786년)에 그려졌는데, 이 불화를 그린 화사(畵師) 중에 여한(呂閑)이란 이름이 있습니다. 이 부도가 보덕사 아미타후불화를 그린 그 여한(呂閑)의 부도이라면, 이 부도는 1831년 2월에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성내리 회화나무

 

제남헌 앞쪽 뜰에 노거수 회화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이 회화나무는 흥해(興海: 포항 지역의 옛 지명)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 성내리 회화나무

 

조선 광해군 때 이성지(李聖智)는 최고의 풍수지리학자였습니다. 그는 땅 밑 석 자까지 훤히 알 정도로 풍수를 매우 잘 보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이성지가 영남지방에 들렀을 때 동해안 산세와 지형을 살펴보기 위하여 비학산(飛鶴山) 정상에 올라 흥해 분지를 바라보며 "과연 천년 옛 고을의 승지(勝地)"라 평하였습니다. 그런데 흥해 군수가 성대한 잔치를 열어 환대하는 연회석에서 그가 말하기를 "흥해는 풍다(風多), 수다(水多), 습다(濕多)의 다풍질(多風疾, 바람과 질병이 많은 곳)이어서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후손이 5대 이상 살 곳이 못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궁금해진 흥해 군수가 그 연유를 묻자 "흥해의 지세와 지리를 자세히 살피니 먼 옛날 선사시대에 이곳은 큰 호수였던 터라 가뭄에는 걱정이 없다. 반면에 습기가 많은 습다(濕多)의 피해가 있어 반드시 괴질이 돌고 피부병을 앓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노인 한 분이 "과연 그렇소. 이 고을에는 괴질을 앓는 사람이 많은데 원인을 알았으니 처방도 해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습니다. 이에 이성지는 "풍습기(風濕氣)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회화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 다른 나무에 비해 습기를 섭취하는 양이 5배나 되므로 지하의 습기를 제거할 것이다"라고 조언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흥해 군수는 마을 전체에 영을 내려 집마다 회화나무 심기를 권장하였습니다. 그 이후부터 흥해는 물이 좋아지고 괴질도 사라지고 농사도 잘되는 등 사람 살기에 좋은 고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 성내리 회화나무

 

노거수 회화나무 중 한 그루는 보호수로 지정되었습니다. 성내리 회화나무입니다.

 

- 회화나무

 

성내리 회화나무는 1997년 무렵 노화현상이 나타나 잎이 연녹색을 띠면서 시들해졌습니다. 이에 포항시 노거수회의 조언에 따라 막걸리를 주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옆 회화나무와 함께 지금도 해마다 막걸리를 마시며 살고 있습니다.

영양제로 공급되는 막걸리는 햇볕에서 3일 이상 발효시켜 물과 막걸리를 5:1 비율로 혼합해 3일 주기로 4회 이상 줍니다. 해마다 연중행사처럼 4월과 5월에 막걸리를 준 결과 연녹색의 잎이 청록색으로 변하면서 잎의 양도 3~4배 더 무성해졌다고 합니다.

 

- 성내리 회화나무

 

수령: 600년. 높이: 20m. 가슴높이 둘레: 6.5m.
소재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내리 39-8.

 

(202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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