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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창원 죽동리 방구틈 이야기

sky_lover_ 2022. 6. 28. 10:52

- 맨 끝 민가 앞길에서 바라본 방구틈

 

창원시 동읍 죽동리 죽동(竹洞)마을 북동쪽 들판에 야트막한 야산이 있습니다. 야산은 들판에 외따로 있습니다. 이런 야산을 똥뫼라고들 합니다.

 

야산 남쪽에 민가 몇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맨 끝 민가를 지나면 감나무밭이 있습니다. 그 뒤쪽에 큰 바위가 있습니다.

 

- 길에서 바라본 방구틈

 

지금은 감나무 잎이 무성하여 길에서는 바위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 감나무밭에서 바라본 방구틈

 

감나무밭 안으로 들어가면 바위는 점차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 방구틈

 

바위는 마치 칼로 두부를 네모나게 자른 듯한 모양이고, 바위 면에 큰 구멍이 있습니다.

 

- 방구틈

 

바위 정면 위쪽에 있는 구멍은 직경 50cm쯤 됩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 바위를 방구틈, 장군바위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무더운 여름에 들어선 지금... 바위를 감싸고 있는 마삭줄이 바람개비 모양의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 방구: 바위의 창원 사투리

 

- 방구틈

 

이곳 마을에선 정월 대보름날 동제(洞祭)를 지낸다고 합니다. 원래는 방구틈 앞의 당집에서 지냈는데, 당집이 오래되어 태풍으로 없어져 방구틈 앞의 감나무밭에 자리를 깔아 제사상을 차리고 지낸다고 합니다. 지금 방구틈 앞에 기다란 솔가지 하나를 꺾어 땅에 꽂아 놓았습니다. 동제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예로부터 이 바위 구멍에 돌을 던져 넣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어 아들을 낳으려는 아낙네들이 이곳에 와서 기도를 올리고 돌을 던져 넣었습니다. 돌 열 개를 던져 다섯 개 이상 들어가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바위의 구멍은 여성의 성기로, 던져 넣는 돌멩이는 아기씨로 생각하였던 것이지요.

 

우리 민족은 농사를 삶의 기반으로 하였기에 농사를 지을 힘 좋은 아들을 많이 낳아 부를 이루고 하는 기자신앙(祈子信仰)을 가졌는데, 방구틈 이야기도 이러한 기자신앙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방구틈

 

이 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옛날 이 바위 밑에 초가가 한 채 있었는데, 그곳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노부부는 아이를 갖지 못해 근심 걱정을 하였는데, 어느 날 저녁 꿈에 신령이 나타나 "장차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낳을 때 탯줄을 칼이나 가위로 끊어서는 안 되고, 집 앞에 있는 황쇠패기(갈대)로 끊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과연 부인에게 태기가 있더니 열 달이 지나 옥동자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천문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별을 보고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 예언하였습니다. 얼마 후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여러 지역에 알려져 왕의 귀에까지 소문이 닿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귀한 위인이 태어나면 그 위인이 성장해 역모를 꾀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군사들에게 아이를 죽이라고 명령하였습니다.

 

- 방구틈

노부부는 왕이 아이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아이를 집 뒤 바위 안에 숨겨 놓았습니다. 군사들이 노부부의 집에 들이닥쳐 아이의 행방을 물었으나 노부부는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에게 아이가 바위에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들은 군사들은 바위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바위를 쪼개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군사들은 노부부에게 심한 고문을 하여 황쇠패기로 바위를 내리치면 바위가 깨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군사들이 바위에 올라가 황쇠패기로 바위를 내리치는 순간 바위가 쩍 갈라졌는데, 바위 안에는 아이와 함께 용마(龍馬)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위가 쪼개지는 순간 아이의 목이 잘려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바위에 떨어졌습니다. 그때 아이의 머리가 바위에 부딪혀 바위가 움푹 패었고, 용마는 달아나 버렸습니다. 며칠만 더 있었으면 투구와 갑옷을 갖춘 장군이 나올 수 있었는데, 이런 비극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마을 사람들은 구멍이 난 바위를 '방구틈' 혹은 '장군바위'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마가 벌판으로 뛰쳐나가 바위 앞 논두렁에서 주인을 잃고 슬피 울었다 하여 이곳을 '울음말등' 혹은 '우루말등'이라 부르고 있고, 용마가 다시 한 바퀴 돌아 큰 늪에서 죽어 썩었다고 하여 주남저수지를 '썩은디미늪'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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