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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통영 미륵도의 돌장승

sky_lover_ 2021. 3. 4. 07:04

- 장군봉

 

통영(統營)은 많은 섬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가까운 섬은 미륵도(彌勒島)입니다. 미륵도란 섬 이름은 고려 초에 창건되었다는 도솔암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도솔천(兜率天)에 미륵불이 있고, 이 섬에 도솔암이 있으니, 섬 이름이 미륵도가 되었습니다.

 

미륵도 서쪽 바닷가에 원항(院項)마을이 있습니다. 이곳 마을 뒷산은 그 생김새가 마치 장군이 투구를 쓰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장군봉입니다. 장군봉 정상에는 삼덕리 마을 제당인 장군당과 천제당 두 당집이 있습니다.

 

원항은 '원(院)이 있던 목(곳)'이란 뜻으로, 원래는 '원(院)목'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원'(院)은 당포(唐浦)에 만호진(萬戶鎭)이 있었을 때 관리들이 머물렀던 관사를 뜻합니다. 그리고 '목'이란 원항마을로 들어서는 입구가 이전에는 상당히 높은 언덕의 고갯길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목'이 그에 해당하는 한자인 '항'(項)으로 바뀌어 '원항'(院項)이라는 지명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 원항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

 

산양읍사무소 쪽에서 원항마을로 가려면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합니다.

 

이 고개는 예전에는 높은 고갯길이었는데, 도로가 생기면서 예전보다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그래도 고개는 고개입니다. 이곳 고갯마루에 원항마을 돌장승이 있습니다.

 

- 원항마을  할배 장승

 

이곳 돌장승은 마을 제당의 일부로 세워졌습니다.

큰 돌장승은 할배 장승으로, 높이가 90cm입니다. 작은 돌장승은 할매 장승으로, 높이가 65cm입니다. 예전에는 나무로 만들어 세웠으나, 1920년경에 돌로 만들어 세웠다고 합니다. 비록 크기는 자그마하지만, 보면 볼수록 귀여운 느낌이 듭니다.

 

- 원항마을 할배 장승

 

할배 장승은 탕건을 쓴 것처럼 각이 진 모자를 썼습니다. 눈은 튀어나온 왕방울 눈이고, 코는 납작한 삼각형이며, 입은 작으며 약간 벌어져 있습니다.

 

- 원항마을 할매 장승

 

할매 장승은 얼굴이 네모나고, 민머리입니다. 얼굴은 크지만, 마멸이 심하여 이목구비가 선명치 않습니다

 

- 원항마을 할매 장승

 

할매 장승은 이곳에선 '할매 벅시'라고 합니다. 할매 장승의 코를 달여 먹으면 아들을 낳고, 귀를 달여 먹으면 처녀가 아이를 가졌을 때 유산이 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 삼덕항

 

원항마을 조금 남쪽에 당포(唐浦)마을이 있습니다.

 

당포(唐浦)라는 지명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떤 이는 당나라 사람이 자주 출입을 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예전에는 대청(待晴)이라 불렸는데, 일제강점기에 '기다릴 대(待)'자 대신에 '큰 대(大)'자를 썼다고 합니다. 대청(待晴)이란 지명은 일본이나 중국 사람이 이곳으로 왔다가 돌아가면서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포구는 일 년 내내 거의 날씨가 맑은 편이라고 하는데, 먼바다나 주변에는 태풍이 불어도 이곳에는 그것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청(大晴)에서 당포(唐浦)로 지명이 바뀐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에 대청(待晴)에서 대청(大晴)으로 바뀐 지명이 해방 이후에도 줄곧 그대로 사용되어서 사람들 사이에는 대청(待晴)과 대청(大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이 둘을 구분하고자 하는 의식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둘 사이의 혼동을 없애고 당포해전을 기념하고자 하는 뜻에서 당포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포는 '성안' 또는 '당개'라고도 합니다. 이곳이 당포성(唐浦城) 내에 있어서 붙여진 지명입니다.

 

- 당포마을 돌장승

 

이곳 산양농협 부근 길가에 당포마을 돌장승이 있습니다.

 

머리에 탕건을 쓴 것처럼 각이 진 모자를 쓴 장승이 할배 장승이고, 그 옆에 다소곳이 서 있는 장승이 할매 장승입니다. 돌장승이 있는 곳은 원항마을과 당포마을의 중간 지점으로, 당포성 정문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 당포마을 할배 장승

 

할배 정승은 도톰한 볼과 퉁방울 같은 눈, 길쭉하게 오뚝 솟은 큰 코, 일자형의 굳게 다문 듯한 입, 부처님 귀와 같은 큰 귀를 하였습니다. 턱밑에는 세 갈래 수염이 나 있습니다.

 

- 당포마을 할매 장승

 

할매 장승은 민머리와 약간 벌린 듯 벙긋한 입, 큰 귀를 하였습니다. 할배 장승보다 얼굴이 갸름해 한결 예뻐 보입니다. 하지만 몸통이 부러져 시멘트로 되어 있습니다.

 

할매 장승이 부러진 것은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한창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기에 모래를 싣고 다니던 외부 배가 밤에 몰래 들어와 할매 벅수에 배를 붙들어 매어 놓았다가 바람이 불면서 부러졌다고 합니다.

 

- 당포마을 돌장승

 

이 돌장승은 보고 있으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즐거워져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차가운 돌덩이를 대충 쓱쓱 다듬어 만들었는데도 말입니다. 이것은 이곳 마을 사람들의 심성이 그만큼 착하고 순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영운리 돌장승

 

조선 시대에 미륵도 서쪽에 당포진(唐浦鎭)이, 동쪽에 삼천진(三千鎭)이 있었습니다. 영운리(永運里)는 삼천진이 있던 곳입니다. 삼천진은 삼도수군통제영 수군의 주둔지입니다.

영운리라는 지명은 마을의 영원한 행운을 기원하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영운리는 일운(一運), 이운(二運), 수륙(水陸)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운과 이운은 옛 지명이 '삼칭이'로, 삼칭이는 삼천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수륙은 옛 지명이 '수륙터'로, 삼도수군통제영 시대 죽은 군인들의 원혼을 달래는 수륙재(水陸齋)를 지내던 곳입니다.

 

일운마을 조금 못미처에 영운분교가 있습니다. 분교 앞쪽 길가에 마을 표지석과 함께 영운리 돌장승이 있습니다.

 

- 영운리 돌장승

 

돌장승은 이곳저곳에 손상이 있습니다.

 

돌장승이 이렇게 된 데는 모르긴 해도 마을 길을 넓히면서 옮기는 과정에서 부서지고 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의 편리함을 위해 옮겨진 돌장승... 길을 넓히느라 얼굴과 몸이 손상된 돌장승...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합니다.

 

- 영운리 할배 장승

 

할배 장승 얼굴은 온통 시멘트로 성형되어 있습니다. 몸통 아랫부분의 상태도 얼굴과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 영운리 할매 장승

 

할매 장승은 입 부분이 조금 손상된 것을 빼면 그런대로 제 모습입니다. 

 

- 영운리 돌장승

 

영운리 돌장승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돌장승은 마을의 입구에서 나쁜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변한 지금... 과연 그 역할이 얼마나 남아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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