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화유산

함양 원계정

sky_lover_ 2021. 3. 1. 07:11

- 원계정

 

함양 병곡면 도천리에 가촌(柯村)이 있습니다. 가촌은 내가촌(內柯村)과 외가촌(外柯村) 두 마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외가촌은 비교적 너른 들판에 있습니다. 들 가운데 터를 잡아 농사를 짓기 위하여 하나둘씩 모여 농막을 지은 것이 한 집 두 집 취락을 형성하면서 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을이 처음 형성될 때 마을 주변에 돌담을 성벽처럼 쌓아서 큰 대문 하나로 마을을 출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을이 점점 커지면서 돌담을 헐어버리고 큰 대문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 원계정

 

이곳 위천(渭川) 옆 바위 위에 아담한 정자가 있습니다. 원계정(遠溪亭)입니다.

 

- 원계정

 

정자가 있는 곳은 이심대(理尋坮)라 부르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하일(河鎰)이 이병상(李秉常, 조선 후기에 형조판서, 광주목사, 공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과 풍류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 후 200년 뒤 이곳에 원계(遠溪) 하재섭(河在涉)이 영모재를 지었고, 그의 아들 하정식(河定植)이 6대조 하일(河鎰)을 추모하여 이 정자를 세웠는데, 손자 하종철(河宗澈)이 1938년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 원계정

 

정자 곁에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습니다. 이 소나무들로 정자는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 위천

 

정자 앞으로 흐르는 위천은 이곳을 지나 상림공원 쪽으로 흘러갑니다.

 

- 원계정

 

원계정은 주위를 흙돌담으로 두른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집입니다. 방은 들이지 않고 마루만 두었는데, 마루 주위에 계자난간(鷄子欄干)을 둘렀습니다.

 

- 현판

 

정자에는 '원계정'(遠溪亭)라 쓴 두 개의 현판이 앞뒤로 걸려 있습니다.

 

- 원계정기

 

정자 안쪽에 걸려 있는 원계정기(遠溪亭記)입니다. 그 내용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계(遠溪)는 뇌계(惱溪) 위에서 흘러 쏟아져서, 바라보건대 은연히 성곽 같은 여러 산의 작은 것들이 모여서 한 경계를 이루도다. 조금 아래 평평한 언덕에 솟은 터는 큰 돌이 편편하고 넓어서 거의 자리를 수십 장을 펼 수 있고, 그 바닥의 골짝은 오묘한 못이 되어 냇물과 더불어 머금고 토하면서 검푸르기에 무엇이 엎친 듯하니 말하기를 이심대(理尋坮)이다.

 

(중략)


그 좌우 산천의 좋은 경치와 하늘과 들과 구름과 연기의 아득한 아지랑이에 고기 잡고 나무하며 장사꾼 나그네의 왕래하는 모습은 가히 노니는 사람의 바라볼 거리를 갖추었나니 나는 궁구한 이론을 숨기지 아니하나이다.

기미년 십이월 초일에 하기현(河琪鉉) 쓰다.

 

- 원계정에서 바라본 경치

 

정자에서 앞을 바라봅니다.

 

바로 앞쪽에 시멘트 다리가 가로지르는 위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뒤로 1001번 지방도로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경치가 조금 답답합니다. 이 도로 너머에 마을이 있고, 멀리 대봉산 남쪽 자락이 있습니다.

 

- 원계정

 

함양에는 거연정(居然亭), 농월정(弄月亭), 군자정(君子亭), 동호정(東湖亭) 등과 같은 유명한 정자들이 많습니다. 원계정은 역사도 짧은 데다가 이런 이름난 정자들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드뭅니다. 그래도 독야청청(獨也靑靑)한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문화유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산 유포석보  (0) 2021.03.05
통영 미륵도의 돌장승  (0) 2021.03.04
남원 대복사 철불좌상과 동종  (0) 2021.02.27
남원 선원사 철조여래좌상  (0) 2021.02.26
남원 만복사지 2: 오층석탑, 석불입상  (0) 2021.02.25
«   2024/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