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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 초간정
예천(醴泉) 원류리(院流里) 새터마을 앞쪽에 금곡천이 흐릅니다. 이곳에서 금곡천이 굽이쳐 흐르는데, 금곡천이 굽이도는 곳에 초간정(草澗亭)이 있습니다.
- 초간정
초간정 앞을 흐르는 계곡물은 소백산 자락의 용문산에서 흘러내려 옵니다. 용문산에서 시작한 물은 운암지와 금당지에 잠시 머물렀다가 초간정을 지나 내성천에 합류합니다.
초간정 앞까지는 들판을 흐르는 평범한 시냇물입니다. 그러다 초간정에 닿기 전에 여울이 있어 요란한 물소리를 내다가 초간정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잠잠해집니다.
- 초간정
초간정은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 1534∼1591)가 선조 15년(1582년)에 세웠습니다.
그 후 임진왜란 때 불에 탔고, 인조 4년(1626년)에 권문해의 아들인 죽소(竹所) 권별(權鼈)이 재건했습니다. 이 역시 화재로 타버려 100년 넘게 방치되어 있던 것을 영조 15년(1739년)에 현손인 권봉의(權鳳儀)가 중수했습니다.
- 권문해 신도비
권문해 신도비입니다. 1974년에 세웠다고 합니다.
권문해는 퇴계 이황의 제자입니다.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과 동문입니다. 18세에 경상도 향시에서 장원한 뒤 명종 15년(1560년)에 별시 문과에 급제했습니다. 그 후 형조 좌랑, 예조 정랑 등 관직을 거친 뒤 성균관 전적, 사간원 정언 등 주로 청직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공주 목사로 재임 중 죄수가 탈옥하여 선조 14년(1581년)에 파직되었습니다. 그때 고향 예천으로 돌아와 초간정을 지었습니다.
- 초간정을 그리는 사람
초간정이 마주보이는 곳에서 바라보는 초간정의 모습은 운치가 있습니다. 이 모습을 화폭에 담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이곳의 풍광이 뛰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 초간정
초간정 입구 모습입니다.
- 초간정
권문해는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를 선조 22년(1589년)에 완성하였습니다. 그는 중국의 역사는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도 한민족의 역사는 외면하는 조선 지식인들의 의식없음을 통탄하며 이 책을 썼습니다. 책은 중국의 음시부(陰時夫)가 지은 <운부군옥(韻府群玉)>의 체제를 빌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했습니다.
이 책은 권문해의 치밀한 성품 덕분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3질을 베껴두었는데, 학봉 김성일이 국가에서 간행하기 위해 한 질을 빌려가고, 한강 정구가 또 한 질을 빌려갔습니다. 김성일은 임진왜란 때 잃어버렸고, 정구는 집에 불이나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의 아들 권별(權鼈)이 보관하고 있던 나머지 한 질만 남았는데, 이것을 헌종 2년(1836년)에 8세손 권현상이 완간하였습니다.
- 초간정
건물은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로, 팔작지붕집입니다. 앞면 왼쪽 2칸은 온돌방이고, 나머지 1칸은 대청마루입니다. 건물 4면에 계자 난간를 둘렀습니다.
- 초간정
건물 정면에 '초간정사(草澗精舍)'라 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초간정사'는 초간정의 본래 이름입니다.
- 현판
현판 글씨는 소고(嘯皐) 박승임(朴承任, 1517~1586)이 썼습니다. 현판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집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초간정사 현판이 정자 앞 늪에 묻혔습니다. 증손이 현판을 잃고 근심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늪에서 오색 무지개가 영롱하게 나타나 그곳을 파보았더니 현판이 나왔다고 합니다.
- 초간정 앞을 흐르는 금곡천
초간정의 '초간(草澗)'은 당나라 시인 위응물(韋應物)의 <저주서간(滁州西澗)>에서 '나 홀로 개울가에 자라는 우거진 풀을 사랑하노니(獨燐幽草澗邊生)'라는 구절에서 따왔습니다.
이곳 정자 뒤쪽 마루 끝의 계자 난간 앞에 서면, 바로 아래로 수풀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흐릅니다. 권문해가 이곳에 집을 짓고 '초간정사'란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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