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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 술정리 서삼층석탑

엇이든 가까운 곳에 자신보다 더 뛰어난 것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푸대접받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우리네 마음이 알게 모르게 그 자체만으로 보기보다는 서로 비교하기 마련이니까요.

창녕 술정리 서삼층석탑도 그와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탑과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술정리 동삼층석탑이 있습니다. 그런데 술정리 동삼층석탑은 술정리 서삼층석탑보다 크기도 크고 모양새도 더 뛰어납니다. 그러니
술정리 서삼층석탑이 제 대접을 받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요.

- 술정리 서삼층석탑

술정리 서삼층석탑은 그 자체만 놓고 볼 때 다른 탑과 비교해서 별로 빠지지 않습니다.


비록 크기나 모양새가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잘것없는 그저 그런 탑은 결코 아닙니다.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수더분한 그 모습에 오히려 더 마음이 끌리는 그런 탑입니다.


- 일제강점기 때의 술정리 서삼층석탑 (사진 출처: 조선고적도보)

일제강점기 때의 탑의 모습입니다. 지금과 비교해서 크게 변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1층 지붕돌의 왼쪽 전각(轉角) 부분이 당시에는 완전한데, 지금은 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3층 몸돌도 교체되었습니다. 당시에도 이 3층 몸돌은 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있어야 할 모서리기둥이 보이질 않으니까요.

- 술정리 서삼층석탑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탑 주변이 조금 어수선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그마한 공원처럼 제법 아담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탑 바로 곁에 운동장도 있고 하니 이곳 사람들이 바람을 쐴 겸해서 찾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 기단부

기단부는 이층기단입니다.

별로 특징이 없는 기단부에서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상층기단 면석에 새긴 안상무늬입니다. 이처럼 상층기단 면석에 큼직하게 안상무늬를 새긴 탑이 여기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요? 경주 무장사터 삼층석탑, 칠곡 기성동 삼층석탑, 부산 범어사 삼층석탑 등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안상무늬 가운데에 거칠게 새긴 네모꼴은 후대에 새긴 것으로, 왜 그렇게 했을까요? 감실을 흉내 낸 것일까요? 아니면 문짝을 흉내낸 것일까요?

- 술정리 서삼층석탑

창녕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저녁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며 길게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석양빛을 받아 불그스레해진 탑의 모습은 참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이 탑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편안합니다. 허물없는 친구에서 느끼는 것처럼 까다롭지 않은 편안함, 그런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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