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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곡서원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王信里) 왕신저수지 동쪽 골짜기 안쪽에 운곡서원(雲谷書院)이 있습니다.

 

운곡서원은 정조 8년(1784년)에 안동권씨(安東權氏)의 시조 고려태사(高麗太師) 권행(權幸)의 공적을 추모하여 추원사(追遠祠)를 세우고 위패를 모시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뒤 죽림(竹林) 권산해(權山海, 1403~1456)와 구봉(龜峰) 권덕린(權德麟, 1529~1573)을 추가 배향하였고, 운곡서원으로 개편하여 선현 배향과 지방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였습니다.

 

고종 5년(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서원이 철폐되었습니다. 1930년 유허지(遺墟址)에 설단(設壇)하여 향사를 지냈으며, 1976년에 서원이 복원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 은행나무와 유연정

 

서원 남쪽에 노거수 은행나무와 유연정(悠然亭)이 있습니다.

 

- 유연정

 

유연정(悠然亭)은 운곡서원의 부속 건물로, 서원에서 남쪽으로 80m쯤 떨어져 있습니다.

 

이 정자는 순조 11년(1811년)에 용추계곡의 용추대 위에 세워졌습니다. 안동권씨 시조인 권행(權幸)과 그의 후손 권산해(權山海), 권덕린(權德麟)을 추모하여 세워졌습니다.

 

- 현판

 

건물 정면에 '유연정(悠然亭)'이라 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 유연정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 집으로, 좌측 칸을 통간(通間)의 우물마루로 꾸몄습니다. 이 정자는 용추계곡과 노거수 은행나무 등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1800년대 초기의 건축 수법을 보여줍니다.

 

'유연정(悠然亭)'이란 정자 이름은 도연명(陶淵明)의 시 <음주(飮酒)>에서 따왔습니다.

 

음주(飮酒)  - 도연명(陶淵明)

 

초가를 지어 마을에 살고 있으니  /結廬在人境
수레의 시끄러움도 없네  /而無車馬暄

묻노니 그대는 어찌해 그럴 수 있는가  /問君何能爾
마음이 머니 땅이 절로 외지구나  /心遠地自偏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따다가  /採菊東籬下 
고요히 남산을 바라보네  /悠然見南山
산의 기운 저녁이라 아름다운데  /山氣日夕佳
나는 새들도 서로 짝지어 돌아가네  /飛鳥相與還
이런 속에 참된 뜻 들어 있으니  /此中有眞意
말로 표현하고자 해도 이미 말을 잊었네  /慾辨已忘言

 

- 은행나무

 

유연정 앞쪽에 노거수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 은행나무

 

유연정 앞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1,100여 년 된 영주 순흥(順興) 압각수(鴨脚樹)의 자손이라고 합니다. 압각수는 은행나무의 잎이 오리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순흥(順興) 객사 뜰에 있던 압각수(鴨脚樹)단종 원년(1452년)에 갑자기 말라 죽었습니다. 그때 점쟁이가 말하기를 "압각수가 다시 살아나면 순흥이 복향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유배 중이던 금성대군이 순흥에서 조카 단종의 복위를 모의하다 발각되어 반역죄로 처형되었습니다. 순흥은 폐향되어 풍기군의 속현이 되었습니다.

 

240여 년이 지난 숙종 때 말라죽은 압각수에 생기가 돌고 나무가 살아나서 큰 숲을 이루었습니다. 그 후 순흥이 복향되었고, 2년 뒤에 단종의 왕호도 회복되었습니다. 사육신도 복권되었고, 압각수 아래에 금성단(錦城壇)이 만들어졌습니다.

- 은행나무

 

이야기는 경주 운곡서원으로 돌아갑니다.

 

권산해는 조선시대 종부시첨정(宗簿寺僉正)으로 있다가 단종이 귀양을 가자 벼슬에서 물러났습니다. 세조가 몇 차례 불렀으나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성삼문 등이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탄로 나자, 이 일에 연루되어 투신자살하였습니다.

갈산(葛山) 권종락(權宗洛, 1745~1819)은 단종 때 죽은 충신들이 모두 복권되고 증직이 되었지만 자신의 12대조인 권산해만 누락된 것을 억울하게 여겨 정조 13년(1789년)에 정조가 거동할 때 임금의 수레 아래 엎드려 눈물로 호소하였습니다. 이에 권산해는 복직되었고, 금성단에 배향되었습니다.

 

갈산 권종락은 서울서 돌아오는 길에 순흥 금성단에 들러 압각수 큰 가지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 가지를 심어 자란 나무가 지금의 은행나무라고 합니다.

 

- 은행나무

 

11월 초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면 이곳은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이지만, 겨울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 주위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수령: 330년. 높이: 30m. 가슴높이 둘레: 5.3m.
소재지: 경북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 314.

 

(202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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