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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사터 십삼층석탑
정혜사터 십삼층석탑은 긴 사다리꼴 상륜부가 얹힌 1층 석탑과 같이 생겼습니다. 어찌 보면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알기에는 이런 모양을 한 석탑은
이것이 유일합니다.
왜
이 석탑만 이렇게 유별나게 만들었을까요? 당시 석공은 어떤 생각으로 이 석탑을 만들었을까요?
- 정혜사터 십삼층석탑
먼저 1층 지붕돌부터 자세히 한 번 볼까요?
1층
지붕돌은 여러 개의 돌을 짜맞추어 이루어져 있는데,
얼마나 솜씨 좋게 짜맞추었는지 가볍지도 그렇다고 해서 무겁지도 않은 느낌입니다. 그러면서도 고졸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1층 지붕돌 윗면에서 약간 올려진 처마선의 끝과 도톰하게 새긴 추녀마루를 보십시오. 만일 그것들이
없었다면 탑의 느낌이 얼마나 밋밋했을까요? 단단한 돌을
이처럼 부드럽고 세련되게 다듬은 솜씨와 안목이 놀랍습니다.
- 정혜사터 십삼층석탑
1층
지붕돌 위에 놓인 1단 받침은 그 위층 지붕돌의 두께와 거의 같습니다. 그리고 1층 몸돌을 받치고 있는 2단 받침의 1단 두께와도 거의
같습니다. 이 1단 받침은 형식적으로는 2층 몸돌을 받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위로 있는 12층 탑신부를 받치고 있습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이것도 하나의 포인트라면 포인트입니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12층에 이르는 그 위층의 탑신부가 안정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2층 이상의 탑신부는 지붕돌과 그 위층의 몸돌이 하나의 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층 탑신부와는 달리 그만큼 간략화되었고, 또한
축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보이십니까? 각 층 지붕돌마다 1층 지붕돌에서처럼 지붕돌 아래에 3단의 층급받침이, 위에는 위층 몸돌을 받치는 1단 받침이 얕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탑에서
탑신부의 역할은 아무래도 1층 탑신부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 위의 탑신부는 1층 탑신부를 꾸미는 데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이 부분은 탑신부이지만 탑신부가 아닌 셈입니다. 그럼으로써 13층이라는 층수에도 탑은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고 아담합니다.
사고의 전환, 고정관념의 파괴가 가져다주는 그런 파격미를 정혜사터 십삼층석탑에서 다시 한 번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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