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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sky_lover_ 2022. 12. 18. 09:18

- 포스터

 

오랜만에 볼만한 영화가 있어 소개합니다. 마틴 맥도나(Martin Mcdonagh) 감독의 <이니셰린의 밴시(The Banshees of Inisherin)>입니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우정이라는 소재로 전개되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마틴 맥도나 감독은 <킬러들의 도시>와 <세븐 싸이코패스>, 그리고 2017년에 개봉되어 제90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쓰리 빌보드>를 감독하였습니다.

 

<이니셰린의 밴시>제목부터 그 뜻이 쉽게 짐작되지 않는 영화입니다. '이니셰린'(Inisherin)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아일랜드에 있는 가상의 작은 섬이고, '밴시'(Banshee)는 가족 중 누군가의 죽음을 울음소리로 예고한다는 아일랜드 신화 속의 요정입니다.

 

- 파드레익과 도미닉

 

영화의 무대는 1932년 내전이 한창 일어나고 있는 본토와는 멀찌감치 떨어진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입니다. 이곳에 파드레익(콜린 파렐)이란 젊은 농부가 살고 있습니다.

 

파드레익과 교류하는 사람은 언젠가 이 섬을 떠나는 꿈을 꾸는 그의 여동생 시오반(케리 콘돈), 고약한 경찰관의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인 도미닉(배리 케오칸), 그리고 날마다 함께 선술집에 가서 맥주를 즐기는 큰형님뻘의 절친 콜름(브렌단 글리슨)뿐입니다. 그리고 파드레익은 제니라는 이름의 작은 당나귀에도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 콜름과 파드레익

어느 날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던 콜름이 갑자기 파드레익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그를 피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거나 말실수라도 했는지 파드레익이 묻지만 콜름은 그런 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사실 콜름은 바이올린곡을 연주하고 작곡하는 그의 열정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파드레익의 끝없는 수다를 듣는 데 지쳤습니다.

 

이러한 콜름의 행동을 납득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한 파드레익은 콜름 곁을 맴돌며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합니다. 그러자 콜름은 파드레익에게 앞으로 자기한테 말을 걸 때마다 양털 깎는 가위로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서 주겠다고 폭탄선언을 합니다. 이것은 바이올리니스트인 콜름이 자신의 예술과 단절하겠다고 하는 충격적이고 비이성적인 위협입니다. 이렇게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잠깐의 불화나 찰나의 오해인 줄 알았던 일이 생각지도 못한 파국으로 향해 치닫습니다.

 

파드레익 역을 맡은 콜린 파렐은 그의 주름진 눈썹으로 내년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벤 데이비스(Ben Davis)가 촬영한 영상은 영화의 비극적인 결말과는 달리 매우 서정적입니다.

 

사족) 콜름의 무례한 우정 단절도 그렇지만, 왜 파드레익은 콜름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걸까요? 역시 만남보다 훨씬 힘든 것이 헤어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