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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sky_lover_ 2022. 8. 27. 07:39

- 멀리서 바라본 창선대교

 

경남 남해(南海)에 한글로는 같으나 한자로는 다른 지명이 있습니다. 지족리입니다. 하나는 본섬에 있는 삼동면 지족리(知足里)이고, 다른 하나는 창선섬의 창선면 지족리(只族里)입니다.

 

이 두 곳 사이에 지족해협이 있고, 지족해협을 가로지르는 창선대교가 두 곳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 지족해협(사진 출처: 현장 안내판)

 

지족해협에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죽방렴(竹防簾)이 있습니다.

 

죽방렴은 말 그대로 대나무 발을 쳐서 물고기를 잡는 원시적인 고기잡이 방법입니다. 지족해협은 빠른 물살이 지나가는 좁은 물목으로, 죽방렴 설치에 알맞은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 멀리서 바라본 농가섬과 죽방렴

 

죽방렴을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사천의 마도, 저도, 초양도, 실안의 해안, 그리고 남해의 지족해협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족해협에 있는 농가섬의 다리를 첫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 농가섬

 

농가섬은 지족해협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본섬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다리

 

죽방렴은 농가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중간에 있습니다.

 

- 멀리 보이는 죽방렴

 

농가섬으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또 다른 죽방렴을 볼 수 있습니다.

 

- 죽방렴 말목

 

죽방렴은 물살이 빠른 바닷가 물목에 바닷물이 들어오는 쪽을 향해 참나무로 된 나무 기둥인 말목을 부채꼴 모양으로 일정하게 박아놓았습니다. 그리고 말목 사이에는 대나무 발(또는 그물)을 설치해 '할가지'라고 하는 발장을 만들었습니다.

 

- 죽방렴 말목

 

죽방렴의 중심이 되는 말목을 세우는 것은 상당히 힘들어서 5~6명의 일꾼이 하루 5개 세우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운 말목의 수명은 나무의 경우 10년 정도이고 중간중간 수리해주어야 합니다. 요즘은 말목 대신 원통형 파이프와 H빔을 쓰기도 하는데 철물은 가격이 비싸 참나무 말목과 혼용하여 씁니다.

 

- 죽방렴 말목

 

죽방렴 말목이 다리 아래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죽방렴을 '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장주를 '발쟁이'라고 합니다.

 

- 사목 부분

 

말목이 좁아지는 부분인 사목(바닷물이 발통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길목으로서 입구가 좁아짐에 따라 들어오는 물고기가 심한 급류로 발통으로 빨려 들어감)에 원통형의 발통을 설치하여 그곳에 물고기들이 갇히게 하였습니다. 발통 속에 갇힌 물고기는 퍼 올리면 됩니다.

 

이렇게 순순히 잡힌 물고기는 그물 속에서 강제로 잡혀 오는 것들보다 맛이 있어 값이 더 나갑니다.

 

- 죽방렴 발통

 

조업은 하루에 두 번씩 이루어집니다. 조업 시간은 조석에 따라 매번 달라집니다. 바닷물이 빠져 해수면이 가장 낮아진 간조(干潮) 때 물의 높이가 변하지 않는 정조(停潮) 시간에 맞춰 조업합니다. 정조 시간이 되면 발통에 설치되어 있는 출입문을 열고 발통 안으로 들어갑니다. 발통 안에 부유하는 쓰레기를 걷어 낸 후 후릿그물로 멸치를 모은 다음 쪽대로 담아냅니다

 

이렇게 갓 잡은 멸치는 바로 삶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멸치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멸치는 멸막에서 삶는데, 이곳에는 솥·선반·저장고 등이 있습니다. 솥에 물을 채운 다음 소금을 넣고 끓입니다. 소금을 넣는 양은 사람마다 각기 다릅니다. 끓인 물속에 갓 잡아 온 멸치를 넣고 삶는데, 어느 정도 익으면 멸치가 떠오릅니다. 멸치가 떠오르면 대나무로 만든 도구를 이용하여 건져 냅니다. 대나무로 만들어져 물기가 쉽게 빠지고, 삶은 멸치를 건져 내기도 쉽습니다.

건져 낸 멸치가 어느 정도 물기가 빠지면 이를 햇볕에 말립니다. 물고기를 쪄서 말리는 자건법(煮乾法)입니다. 건조 과정을 마치면 크기에 따라 선별과정을 거쳐 이를 상품화하여 판매합니다.

 

- 죽방렴 발통

 

멸치잡이는 보통 음력 2월 중순이나 3월부터 시작하여 10월 말 정도까지 합니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지름치'라 불리는 멸치가 잡히는데, 이것은 젓갈용입니다. 그 후 '실치' 혹은 '시레기'라고 하는 잔멸치가 잡히는데, 이것은 볶아서 반찬으로 사용합니다. 이 잔멸치가 보름 정도 자라면 '비재이' 혹은 '배쟁이'라고 부르는 멸치로 성장합니다. 이 배쟁이는 삶을 때 시간을 잘못 맞추면 쉬이 배가 터집니다. 배가 터진 멸치는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배쟁이가 한 달 정도 자라면 중간 멸치가 됩니다. '중사리'라고 합니다. 윤택이 나고 보관이 편리하며 맛도 좋아 최고로 쳐주는 멸치입니다. 이 중사리는 추석 전후까지 나오는데, 음력 8월 이후에는 멸치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기름이 차서 맛은 있으나 가격은 점점 내려갑니다. 중사리 이후에 잡히는 가을 멸치는 젓갈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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