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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룡사터 서쪽 절터의 당간지주
황룡사터 서쪽에 쌍탑일금당식(雙塔一金堂式)의 자그마한 절터가 있고, 이곳에 당간지주가 서 있습니다.
이
당간지주는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금당터와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크기는 크지 않은 편이며, 별다른 멋을 부리지 않은
때문에 생김새 또한 단순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특별히 눈을 끌만 한 점이 없는 당간지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황룡사터 서쪽 절터의
당간지주
그 생김새도 생김새이지만, 이
당간지주는 완전하지 못 합니다. 안 그래도 그다지 볼품이 없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부러져 밑부분만 겨우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황룡사터를 찾는 사람 가운데 이 당간지주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곳 절터에는 1층
몸돌에 사천왕상을 새긴 석탑 부재가 있습니다. 이 사천왕상은 꽤 정성을 들여 새겼습니다. 그러나 당간지주는 그렇지 못합니다. 당간지주 가운데
그나마 제대로 남은 한쪽 당간지주를 보고 있으면, 이것을 다듬은 석공도 참 무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다못해 테두리 선이라도 한 번 둘러 멋을
부려볼 법한 데, 그냥 모양만 다듬다 만 듯합니다.
세상사가 그렇듯 잘생긴 것이 있으면 못생긴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잘생긴 것은
잘생긴 것대로, 못생긴 것은 못생긴 것대로 다 나름대로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당간지주를 두고 이렇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쩌면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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