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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주장군
운흥사 돌장승은 나주시 다도면 암정리 운흥마을에서 운흥사로 들어가는 입구 들녘에 서 있습니다.
이 돌장승은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지나다니는 길가 양쪽에 구부정한 몸을 하고 서서 누가 오나 누가 가나 지켜보는 것만 같습니다. 할아버지 장승에는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 할머니 장승에는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원래의 운흥사는 신라 헌강왕 때 창건되었고, 조선 후기에는 나주 사람인 초의선사(1786~1866)가 15세 때 이곳에서 출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없어지고 폐사지로 남았습니다. 지금의 운흥사는 옛 운흥사와는 관련 없이 최근에 세운 절입니다.
- 상원주장군
상원주장군은 높이가 2.7m에 달하는 돌을 다듬지 않은 채 얼굴 부위만을 조각하였습니다.
네모난 돌기둥 모양 그대로의 머리에는 탕건과 같은 것을 쓰고 있고, 툭 튀어나온 둥근 눈망울과 덩실한 주먹코, 그리고 두 갈래의 수염을 하고 있습니다. 이빨이 새겨져 있지만, 험악하기보다는 합죽한 입으로 웃는 인상이고, 눈 위에 가느다란 금이 새겨져서 쌍꺼풀처럼 애교가 있습니다.
- 하원당장군
이와 마주하는 하원당장군은 얇고 넓은 판석형의 돌을 이용하였습니다. 할아버지 장승보다 좀 더 섬세하게 조각하지만, 높이는 2.1m로 할아버지 장승보다 조금 작습니다.
- 하원당장군
머리에는 다른 장식이 없으며, 자연석 그대로를 이용한 듯 머리 한쪽이 비스듬히 기울여져 있습니다. 백호(白毫)를 표현한 것인지 양 눈썹 사이에 X자를 새겼고, 미간과 콧등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둥근 눈망울 주위에 동그란 쌍꺼풀을 갖고 있고, 이를 많이 드러내고 웃고 있습니다.
목을 움츠리듯 하고 웃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쑥스러우면서도 재미가 나서 못 참겠다는 표정입니다. 오랜만에 할아버지 장승에게 짓궂은 농담이라도 한마디 건넨 것일까요?
- 하원당장군 뒷면에 새겨진 명문
돌장승 뒷면에 '化主僧卞學 康熙五十八年二月 日 木廳 別座金老卽伊(화주승변학 강희58년2월 일 목청 별좌김로즉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변학이 화주승(공양주)으로, 김로즉이가 별좌로서 참여하여, 숙종 45년(1719년)에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돌장승의 정확한 제작연대는 다른 장승들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불분명한 점에 비추어볼 때, 장승연구뿐만 아니라 민속자료로서 매우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 불회사 돌장승
운흥사 돌장승은 조각 수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불회사 돌장승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불회사 돌장승은 할아버지 장승이 '하원당장군', 할머니 장승이 '주장군'으로 되어 있는 점이 서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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