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나라 여행 12: 교토 고류지, 그리고 목조 반가사유상

- 고류지 누문의 '훔형' 금강역사상

 

교토 고류지(廣隆寺)의 금강역사상입니다. 절 입구 누문(樓門)에 있는 '훔형' 금강역사상입니다.

고류지는 603년에 쇼토쿠 태자(聖德太子)가 세웠다고 전해오는 절입니다. 교토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절입니다. 그리고 쇼토쿠 태자가 세운 일본 7대 절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하치오카데라(蜂岡寺), 하타노키미데라(秦公寺), 우주마사데라(太秦寺) 등으로 불렸습니다.

 

- 누문의 '아형' 금강역사상

 

'훔형' 금강역사상과 마주 보고 있는 '아형' 금강역사상입니다.

 

아침부터 고류지로 향합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교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카라스마오이케(烏丸御池)역에서 내려서 우즈마사 텐진가와(太秦天神驛)로 가는 토자이선(東西線)으로 갈아탄 후 종점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다시 부근에 있는 노면전차역에서 아라시야마(嵐山)로 가는 노면전차를 타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고 고류지 앞에서 내립니다.

 

절 자체는 별로 운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고류지를 찾은 것은 이곳에 반가사유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 상궁왕원

 

누문을 들어서면 바로 강당(講堂)이 있습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1165년에 재건되었습니다. 강당 뒤쪽에는 대웅전에 해당하는 상궁왕원(上宮王院)이 있습니다. 1730년에 재건된 건물입니다. 건물 내에는 33세 쇼토쿠 태자상으로 전해오는 목조 조각상이 본존상으로 안치되어 있습니다.

 

- 신영보전

 

상궁왕원 뒤쪽에 신영보전(新靈寶殿)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고류지의 여러 불상이 있습니다. 유명한 반가사유상도 이곳에 있습니다.

 

- 신영보전 앞의 연꽃

 

신영보전 앞에는 때마침 연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반가사유상 모습을 얼핏 미리 본 듯합니다.

 

-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엽서 사진)

 

<일본서기>의 기록에 의하면, 고류지는 하타노 카와카츠(秦河勝)가 쇼토쿠 태자로부터 하사받은 불상을 본존불로 하여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그 본존불이 지금의 반가사유상이라고 합니다. 당시 하타노 카와카츠는 신라 출신 도래인 집단인 하타 씨족(秦氏族)의 수장으로, 막대한 재정과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교토 인근 지역에 크게 세력을 뻗쳤다고 합니다.

 

신영보전의 모든 전시물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눈으로 보고 기억 속에 간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소 어두운 조명 아래 있는 반가사유상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자그마합니다. 한동안 반가사유상 앞에 머물며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습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워 매표소에서 엽서를 하나 샀습니다.

 

-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엽서 사진)

 

반가사유상은 7세기 초, 즉 아스카(飛鳥)시대의 불상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나무로 일부분이 수리된 상태이지만, 원래 적송(赤松)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스카시대의 목조 불상은 대부분 녹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이 반가사유상만은 적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보 83호 금동 반가사유상과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을 일본으로 가져갔거나, 아니면 우리나라 금동 반가사유상을 본떠 일본에서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우리나라에선 우리나라 금동 반가사유상을 보며 고류지 목조 반가사유상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선 고류지 목조 반가사유상을 보며 우리나라 금동 반가사유상을 떠올렸습니다. 이 둘은 때려야 땔 수 없는 어떤 단단히 줄로 서로 연결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엽서 사진)

고류지 반가사유상을 두고 일찍이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지상의 시간과 속박을 넘어서 달관한 인간 실존의 가장 깨끗하고, 가장 원만하고, 가장 영원한 모습의 상징"이라고 예찬했습니다.

 

-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엽서 사진)

 

고류지로 가는 길은 다소 불편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이곳 고류지에서 반가사유상을 마주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큰 감동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