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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신무동 마애불좌상

공산 부인사 남쪽에 예전에는 사하촌이었을 국살마을이 있습니다.

부인사에 초조대장경이 보관되고, 승시(僧市)가 열리던 한창때에는 여기도 많이 붐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입니다. 지금은 몇몇 집들이 모여 있는, 그저 한적하기만 한 곳이 되었습니다.

마을 위쪽 길가에 큼직한 너럭바위 하나가 있습니다. 이곳에 마애불이 있습니다. 신무동 마애불좌상(新武洞 磨崖佛坐像)입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마애불은 바위 면 가운데를 피해 한쪽에 새겨져 있습니다.

- 신무동 마애불좌상

마애불은 대좌와 광배를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조각 솜씨도 상당히 뛰어납니다. 크기는 대좌를 포함하여 높이가 1m를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몸체가 머리보다 훨씬 커서 신체의 비례와 균형감에서는 약간 어색해 보입니다.

대좌에는 가운데에 가로선을 두고 그 아래위로 꽃부리가 위로 향한 연꽃무늬와 아래로 향한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 연꽃잎 속에는 다시 꽃무늬가 더해져 있습니다.

- 얼굴 부분

마애불의 머리카락은 나발이며, 육계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얼굴은 퉁퉁한 편입니다. 눈, 코, 입이 모두 작은 편이며,
미간에는 백호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귀는 얼굴 길이만큼 길고, 목은 짧습니다.

한동안 이곳 사람들은 이 마애불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젠가 부처님 코를 갈아먹으면 아들 낳는다는 속설을 믿는 여인이 이 마애불의 코를 떼어 삶아 먹고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 마애불의 코는 닳아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애불의 표정도 좀 그렇습니다. 인자하게 웃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어찌 울먹거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 신무동 마애불좌상

오른손은 가슴께로 들어 엄지와 중지를 맞대었고, 왼손은 손가락을 늘어뜨린 채 아랫배에 대고 있습니다. 자세는 결가부좌 하였습니다. 아마도 아미타불이 아닌가 싶습니다. 법의는 통견으로, 양팔을 감싸면서 발목까지 흘러내렸습니다.

광배는 배 모양입니다. 그 안쪽은 연꽃무늬와 넝쿨무늬, 그리고 불꽃무늬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특히 두광의 연꽃무늬는 끝이 뾰쪽뾰쪽한 게 생기가 넘칩니다.

- 신무동 마애불좌상

이 마애불은 다소 도식화되고 경직된 느낌이 있습니다. 조성 시기는 고려시대 초로 보고 있습니다.


꽤 여러 해 전에 이곳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애불은 포도밭 귀퉁이에 있었고, 마애불에는 군데군데 이끼가 끼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태고종 구룡사가 들어섰고, 마애불도 깨끗해졌습니다. 게다가 절에서 마애불을 돌보고 있는 듯합니다. 마애불로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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