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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

sky_lover_ 2013. 12. 17. 07:52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처럼 서울에 갈 일이 생겨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을 보러 갔습니다. 며칠 전에 내린 눈으로 덕수궁 뜰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도록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개인 소장의 그림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그림들을 직접 볼 수 있을까요? 그러니 저로서는 놓칠 수 없는 전시입니다.

-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의 도록

일요일을 맞아 많은 사람이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전시장 안이 꽤 북적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유롭게 그림을 볼 수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시회장에 있는 그림들은 모두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림들을 다 보고 난 후 도록을 하나 따로 샀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그림이 모두 수록된 도록입니다.

그러면 이번 전시에서 인상 깊게 본 그림 몇 점을 소개합니다.

- 이인성, 해당화, 1944, 228.5 x 146cm,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먼저 이인성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1944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되었습니다. 붉게 핀 해당화와 세 소녀를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그렸는데, 단단한 구도와 견고한 색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그림 가운데 '경주 산곡에서'와 '어느 가을날'이 가장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그림이 제일 좋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과 그리고 아련한 향수가 떠오릅니다. 그림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 가운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 장욱진, 모기장, 1956, 21.6 x 27.5cm,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누구나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장욱진은 그런 그림을 그렸습니다. 단순하고 간결하게 그려진 그의 그림에는 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상살이에 달관한 듯한 그런 경지가 느껴집니다.

이 그림에는
모기장 속에 한 사내가 팔을 베고 하늘을 향해 누웠습니다. 그 가장자리에는 등잔과 밥그릇, 그리고 요강이 놓여 있습니다. 아마도 화가는 이런 생각을 했겠지요.
나물 먹고 팔베개 베고 누웠으니 이만하면 무엇이 부족한가? 1950년대 중반 어려운 생활에서도 자족하는 화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232 x 172cm, 면천에 유채, 개인소장

김환기 그림 가운데 가장 보고 싶었던 그림입니다. 그가 뉴욕에서 생활할 때 그린 그림입니다. 동양 전통화법에서 보이는 발묵법에 가깝게 그린 이 그림은 짙푸른 어둠 속에서 깜박이는 수많은 불빛을 바라보는 듯합니다. 그 불빛 하나하나에는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가슴이 아릿해집니다. 그 느낌을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가 대신할 수 있을까요?

저녁에 -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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