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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고령 대평리 석불을 찾아서...

sky_lover_ 2013. 10. 29. 07:35

- 고령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을은 참 묘한 계절입니다.

온 산이 울긋불긋 물 들고,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오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도 괜히 마음이 설렙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던져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요?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릅니다. 바깥나들이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날입니다. 이런 가을날,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에 대평리 석불을 찾았습니다.


- 대평리 석불 쪽에서 바라본 망건점마을

대평리(大坪里)는 고령군 운수면에 있습니다. 크게 평평하다는 뜻의 지명으로 봐선 이곳에 너른 들이 있을 법한데, 실은 골짜기 사이에 손바닥만 한 논밭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대평리에서 북쪽 골짜기로 깊숙이 들어간 곳에 속칭 망건점이란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시멘트 길입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길입니다.
이 길을 따라 1.5km 남짓 들어가면 망건점마을이 있습니다. 대평리 석불은 이 마을 북쪽 골짜기에 있습니다.

- 대평리 석불을 찾아가는 논둑길

석불을 찾아 마을 위의 작은 못 아래로 난 넓은 길을 버리고 좁은 논둑길로 걸어갑니다.
이곳에서도 멀리 골짜기 안에 있는 석불이 바라보입니다. 석불은 늦은 오후 햇살에 하얗게 빛납니다.

- 추수가 끝난 들판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은 텅 비었습니다. 늦은 오후 햇살만이 남았습니다. 이제 가을도 그 막바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석불은 한 그루 고목 아래에 있습니다.

주위 밭에서 고려시대의 연꽃무늬 기와가 발견되었고, 지금도 땅에서 심심찮게 깨어진 기왓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곳이 절터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겠지요.
확실치는 않지만, 이곳이 노온사터(盧溫寺址)라고 전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석불은 수수한 모습입니다. 두 손을 가슴 앞에서 모은 채 빙긋이 웃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든 다 들어줄 듯한 표정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끌립니다.

석불은 타원형의 광배와 불신을 같은 돌에 새겼습니다. 석불의 윗부분은 비교적 잘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아랫부분은 땅속에 묻혀 있는데, 파손되어 있다고 합니다.

-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불상의 머리는 비교적 둥근 편이고, 머리는 소발입니다. 눈 부위는 얕게 새겨져 있으나, 콧등은 뚜렷합니다. 두 뺨은 풍만하며, 입술은 도톰합니다. 입가에는 미소가 완연합니다. 목은 짧은 편이며, 삼도가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옷은 양어깨를 감싸고 있습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주위를 맴돌다 부처님 머리에 앉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한동안 그렇게 앉았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냥 일어나는 것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그 어떤 인연으로 말미암은 것일까요?

-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늦은 오후의 햇살은 마지막 남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 햇살에 부처님은 밝게 빛납니다.
서서히 날이 저무는 이 순간에도 이곳은 환한 빛으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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