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고령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가을은
참 묘한 계절입니다.
온 산이 울긋불긋 물 들고,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오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도 괜히 마음이 설렙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던져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요?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릅니다. 바깥나들이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날입니다. 이런 가을날,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에
대평리 석불을 찾았습니다.
- 대평리 석불 쪽에서 바라본 망건점마을
대평리(大坪里)는
고령군 운수면에 있습니다.
크게 평평하다는
뜻의 지명으로 봐선 이곳에 너른 들이 있을 법한데, 실은 골짜기 사이에 손바닥만 한 논밭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대평리에서 북쪽
골짜기로 깊숙이 들어간 곳에 속칭 망건점이란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시멘트 길입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길입니다. 이 길을 따라 1.5km 남짓 들어가면
망건점마을이 있습니다.
대평리 석불은 이 마을
북쪽 골짜기에 있습니다.
- 대평리 석불을 찾아가는
논둑길
석불을 찾아 마을 위의 작은 못 아래로 난 넓은
길을 버리고 좁은 논둑길로 걸어갑니다. 이곳에서도 멀리 골짜기 안에 있는 석불이 바라보입니다. 석불은 늦은 오후 햇살에
하얗게 빛납니다.
- 추수가 끝난 들판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은 텅 비었습니다. 늦은 오후 햇살만이 남았습니다. 이제 가을도 그 막바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석불은 한 그루 고목 아래에 있습니다.
주위 밭에서 고려시대의 연꽃무늬 기와가 발견되었고,
지금도 땅에서 심심찮게 깨어진 기왓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곳이 절터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겠지요. 확실치는 않지만, 이곳이 노온사터(盧溫寺址)라고 전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석불은 수수한 모습입니다. 두 손을 가슴 앞에서 모은 채 빙긋이 웃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든 다 들어줄 듯한 표정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끌립니다.
석불은 타원형의 광배와 불신을 같은 돌에 새겼습니다.
석불의 윗부분은 비교적 잘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아랫부분은 땅속에 묻혀 있는데, 파손되어 있다고 합니다.
-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불상의 머리는 비교적 둥근 편이고, 머리는 소발입니다. 눈 부위는 얕게 새겨져 있으나, 콧등은
뚜렷합니다. 두 뺨은
풍만하며, 입술은 도톰합니다. 입가에는 미소가 완연합니다. 목은 짧은 편이며, 삼도가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옷은 양어깨를 감싸고 있습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주위를 맴돌다 부처님 머리에
앉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한동안 그렇게 앉았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냥 일어나는 것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그 어떤
인연으로 말미암은 것일까요?
-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늦은 오후의 햇살은 마지막 남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 햇살에 부처님은 밝게 빛납니다.
서서히 날이 저무는 이 순간에도 이곳은 환한 빛으로
가득합니다.
'문화유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 충효동 공개 석실고분 (0) | 2013.11.04 |
---|---|
울산 선바위에 다시 들르다. (0) | 2013.11.01 |
해인사 사명대사 석장비와 부도 (0) | 2013.10.25 |
울산 어물동 마애불 (0) | 2013.10.23 |
경주 용담사 와불 (0) | 2013.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