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돈사터 원공국사 승묘탑비

 

- 거돈사터 원공국사 승묘탑비

거돈사터의 동쪽 끝 길가에 크고 당당한 모습의 부도비가 있습니다.

원공국사 승묘탑비(圓空國師 勝妙塔碑)라고 하는 부도비입니다. 이 부도비는 고려시대의 유명한 스님인 원공국사(圓空國師, 930~1018)의 행적을 기록한 것으로, 비는 거북받침돌 위로 비몸을 세우고 머릿돌을 얹은 모습입니다.

거대하고 당당한 모습에 비해 전체적으로 비몸보다 머릿돌이 큰 편입니다.

- 귀부(거북받침돌)

거북의 머리는 괴수 모양의 험한 인상을 한 용의 머리 모양을 하였습니다. 그 표정에서 아직까지는 넘쳐나는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등에 새긴 무늬는 정육각형에 가깝고, 육각형 안에는 '卍'자와 연꽃무늬를 돋을새김하였습니다.

- 이수(머릿돌)

머릿돌에는 구름 속을 움직이는 두 마리의 용이 불꽃에 쌓인 여의주를 다투는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매우 사실적이고 화려합니다.

- 원공국사 승묘탑비

이 부도비는 고려 현종 16년(1025년)에 세운 것입니다.

당시 '해동공자'로 불리던 대학자 최충(崔沖)이 글을 짓고, 김거웅(金巨雄)이 글씨를 썼습니다. 비문에 새긴 글씨는 해서체로, 중국 구양순의 서법이 어우러져 붓끝이 능숙하고 정연하며 힘이 있습니다. 글씨를 쓴 김거웅의 행적은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비 가운데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글씨를 남겼습니다.

- 원공국사 승묘탑비

원공국사의 휘(諱)는 지종(智宗)이고, 속성은 이씨(李氏)이며 전주 출신입니다. 일찍이 어느 날 밤 금찰(金刹)의 한 간주(竿柱)의 끝 아득히 높은 하늘 구름 속에 백설과 같은 흰 눈썹을 가진 스님이 손을 들어 가리키며, "이는 대위덕명왕(大威德明王)이니 너는 이를 몸에 잘 모시라."라고 한 꿈을 꾸고서 국사의 어머니는 국사를 임신하였다고 합니다.

비문에는 원공국사가 태어나 사나사(舍那寺)에 있던 인도의 승려 홍범삼장(弘梵三藏)에게 출가하여 수학하고, 광종 때 실시한 승과에 급제하였으며, 955년에 오월(吳越)에 가서 영명사(永明寺) 연수선사(延壽禪師)에게서 법을 전해 받고, 국청사(國淸寺)에서 정광대사(淨光大師)를 만나고 강론하는 등 활동하다가 962년에 고려에 돌아와 광종과 경종·성종·목종·현종 대대로 우대를 받았으며, 1013년(현종 4년)에 왕사에 책봉되어 거돈사에서 입적한 생애를 기술하였습니다.

한편, 이 비에는 머릿돌을 옮기려 할 때 수십 명의 장정이 매달려도 끄떡하지 않던 돌을 농가에서 빌려 온 소 한 마리가 옮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 원공국사 승묘탑 (재현품)

거돈사터에 원공국사 승묘탑비와 함께 있었던 원공국사 승묘탑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에 의해 반출된 이후 지금은 국립중앙박물에 있습니다. 원공국사 승묘탑이 있던 자리는 절터 동쪽 뒷언덕입니다. 거돈사터가 한눈에 다 내려다보이는 곳이지요. 지금 이곳에는 재현품이 대신 서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원공국사 승묘탑비의 위치가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지금처럼 원공국사 승묘탑과 많이 떨어진 곳에 굳이 있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 부도비는 원래 이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원공국사 승묘탑이 있었던 곳 바로 곁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