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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남산동 동탑
같은 탑이라 하더라도 어느 때에 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릅니다. 일 년 가운데 눈 덮인 겨울과 녹음이
짙은 여름에 보는 것이 다르듯이 하루 중에도 한낮과 해거름에 보는 것은 그 느낌이 다릅니다.
경주
남산동 쌍탑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만큼 낯익은 탑입니다. 그런데도 해 질 녘에 보는 모습은 그동안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 동탑 지붕돌
동·서로 서 있는 두 탑은 그 생김새부터 많이 다릅니다.
하나는 무뚝뚝하지만
믿음직한 사내 같다면, 다른 하나는 잘 차려입은 곱상한 아낙네 같습니다. 그럼에도 둘은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마치 한 쌍의 금실 좋은 부부처럼
보기 좋습니다. 그것은 동탑은 동탑대로, 서탑은 서탑대로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채워주어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동탑 기단부
해거름 마지막 햇빛에 물든 탑은
연분홍빛을 띱니다. 우락부락해 보이는 동탑에도 연분홍빛으로 물이 듭니다. 탑은 풋풋한 소년처럼 발그레하게 상기된 모습입니다.
무뚝뚝하게만 보였던 탑에도 이런 모습이 있습니다.
- 경주 남산동
서탑
그러면 서탑은 어떨까요?
서탑은 곱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사방에 서서히 땅거미가 드리우면서 그 아름다움도 함께 어둠 속으로 묻혀갑니다. 이런 순간은 늘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있기에 그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지도 모릅니다.
- 서탑 지붕돌
탑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습니다. 반듯한
몸돌과 살포시 솟은 전각, 그리고 단정한 층급받침,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습니다.
- 서탑 기단부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의 빛은 마지막 순간에 조화를 부립니다. 차가운 돌이
마치 부드러운
살갗처럼 변하고, 돌
구석구석에 따뜻한 피가 도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곳에 새겨진 팔부중상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습니다.
- 경주 남산동 쌍탑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잠깐입니다. 이제 사방에
어둠이 짙게 깔립니다. 잠시 황홀한 모습을 보였던 탑도 그 어둠 속으로 함께 잠겨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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