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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박물관 입구 골목

해 웅동 소사마을 김달진 시인의 생가에 바짝 붙어 김씨박물관이 있습니다.

김씨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골목 옆의 낡은 건물에는 '부산라듸오', '예술사진관'과 같은 허름한 간판들이 걸려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영락없이 1970년대 풍경을 연상시킵니다.

이곳 김씨박물관을 연 사람은 김현철 씨로, 가족이 한때 해에서 사진관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 간판이 '예술사진관'이라고 합니다. 이 간판에는 졸업사진이며, 가족사진이며, 사진관에서 죄다 뽑았던, 좋았던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 김씨박물관 입구 골목에서

김씨박물관은 김현철 씨가 그동안
자신이 모았던 물건들을 전시한 곳입니다. 이곳에 전시된 물건들은 하나같이 한때 쓰다가 쓸모가 없어져서 버려진 물건들입니다. 이제는 작동도 하는 낡은 사진기나 필름통들이 그와 같은 물건들입니다.

- 김씨박물관 입구

김씨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초라한 대문 옆 건물 벽에는 '김씨박물관'이라 쓴 나무 명판(
名板)이 걸려 있습니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명성에 비해 그 초라함에 제대로 찾아왔는지 잠시 헷갈릴 뻔했습니다. 사실 그다지 큰 기대를 하고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 김씨박물관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시간이 몇십 년 뒤로 물러난 듯한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한자로 쓴 간판, 먼지를 뒤집어쓴 구식 TV 등이 이곳을 찾은 사람을 맞이합니다.

- 김씨박물관 내부 모습
 
김씨박물관 안의 모습입니다. 한때는 주위에 흔했으나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그런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자칭 '역사문화콘텐츠 디자이너'이라고 하는 김현철 씨는 사실 디자인 전문가로, 1980년대 초반 'Tom & Judy'라는 팬시 상표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골동품 수집가로 나선 계기는 일본 소도시 여행을 하면서였다고 합니다. 일본 구석구석을 돌며 우리가 쓰레기 취급하는 것들을 일반인이 수집하는 것을 보고 적잖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그는 남들이 '고물'이라 부르는 생활용품을 모았는데, 그 양이 엄청났습니다. 그의 수집품은 이곳저곳에서 환영을 받았고, 서울, 부산, 마산 등지에서 수집품을 주제별로 전시해 <옛 모습 들여다보기>,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나?>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으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소품을 제공하고 세트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자신의 고향 땅인 진해에 김씨박물관을 여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 김씨박물관 내부 전시물

김씨박물관은 말이 박물관이지 쓸모가 없어진 물건들을 모아놓은 창고와 같습니다. 그러니 이곳에 전시된 물건들은 사실 대단한 것들은 아닙니다. 흑백TV, 아날로그 카메라, 진공관 라디오, 담뱃갑, 조미료통, 음료수병, 만화책 등 1970년대에 흔하게 사용했던 생활용품들입니다.

- 김씨박물관 내부 모습
 
그런데 김씨박물관 탐방의 묘미는 이런 옛 생활용품을 그냥 둘러보는 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함께 온 사람들과 이런 물건들에 얽힌 추억들을 나누는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 김씨공작소 옥상의 표지석

김씨공작소란 이름이 붙은 건물 옥상에 표지석 둘이 있습니다.

하나는 '입인금지'(立人禁止, 출입금지의 일본식 표현)
라 쓴 표지석인데, 웅동수원지 주변에 세워졌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봉납'(奉納)이라 쓴 표지석으로, 일본인이 무엇인가를 바친 기념 표지석이라 합니다.

- 김씨공작소 옥상에서 바라본 시인 김달진 생가

김씨공작소 옥상에서는 불교 시문학의 거장인 월하(月下) 김달진(金達鎭, 1907~1989)의 생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생가는 비교적 최근에 복원된 듯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옛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한때 쓸모가 있었던 것도 때가 되면 쓸모가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이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에 얽힌 추억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퇴락해가고 있지만, 이것이 김씨박물관이 갖는 의미이라면 의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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