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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경사 서운암 부도밭
보경사 서쪽 계곡 건너편에 서운암(瑞雲庵)이란 암자가 있습니다. 이 암자는 1215년 원진국사가 보경사를
중창할 때 산내 아홉 개 암자의 하나로 창건했다고 합니다. 1662년 보경사 중건 때 이 암자도 함께 중건되었으며, 1898년에도 중수되었다고
합니다.
이 암자 뒷담의 대나무 사립문을 밀고 나가면 사방을 담장으로 둘린 부도밭이 있습니다. 이 부도밭은 15세기 초반부터 19세기 초반에 걸쳐 보경사 및 서운암 고승들의 부도를 모신 곳입니다.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이라 보경사에서 가장 호젓한 곳입니다.
부도밭에는 줄이나 간격에 얽매이지 않고 되는 대로 흩어져 있는 11점의 부도와 3점의 비석이
천연덕스럽게 서 있습니다. 그리고 담장 밖으로는 길게 자란 적송과 느티나무, 참나무들이 성근 숲을 이루며 부도밭을 감싸고
있습니다.
- 동봉대선사 부도
먼저 출입문 가까이에 있는 동봉대선사 부도부터 한
번 살펴볼까요?
이 부도는 사각형의 부도로, 상륜부와 지붕돌이 유난히 커 보입니다. 몸돌 네 면에는 나뭇잎 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부도 앞에 서 있는 비에는 '선교정사 동봉대선사 회관비'(禪敎正事 東峰大禪師 誨寬碑)라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비의 받침돌을 한 번 보시죠. 이 받침돌이 무엇
같습니까? 석탑 지붕돌을 엎어 놓은 것 같지 않습니까? 지금도 층급받침이 뚜렷한데, 4단입니다.
- 계영당 부도
계영당(桂影堂)
수행대사(守行大師 )의 부도입니다. 이곳 부도들은 규모나 솜씨는 별로 대수로울 것이
없지만, 원진국사 부도로 알려진 보경사 부도의 영향 때문인지 몸돌이 하나같이 길쭉길쭉합니다.
- 오암당
대선사비와
부도
오암당(鰲巖堂)
대선사비와 부도입니다.
오암당 대선사비에는 오암당 스님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비의 받침돌이 석탑의 지붕돌입니다. 비신이 놓인 곳에 원래
위층 몸돌을 얹었던 2단의 받침이 보이시죠? 그뿐만 아니라 부도의 받침돌도
석탑의 지붕돌이 아닌가 싶습니다.
- 송계당 부도(왼쪽)와 해월당 부도(오른쪽)
왼쪽 부도는
송계당(松溪堂) 부도입니다. 몸돌은 고구마 모양으로 둥글고 길쭉하며, 상륜부는 이곳 부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모양을
하였습니다.
오른쪽 부도는 해월당 부도로 추정됩니다. 몸돌 앞면에 '해월당'(海月堂)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부도의 지붕돌도 원래는 석탑 지붕돌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불교가 내리막으로 가고 있는 시절이라고는
해도 남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탑을 헐어 스님 부도의 지붕돌이나 부도비의 받침돌로 삼았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하나도
아니고 여러 곳에서 이런 것을 보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