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화유산

진주 용암사지

sky_lover_ 2024. 5. 12. 06:44

- 용암사지 앞 벼랑 위의 연리근 느티나무

 

용암사지(龍巖寺址)는 진주시 이반성면 용암리에 있습니다.

절터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진주-마산 간 2번 국도를 따라가다 이반성교차로에서 빠져나와 이반성면의 용암 마을 쪽으로 갑니다. 용암 마을 못 미쳐서 용암사지승탑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좁은 도로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면 소쿠리처럼 움푹 들어간 곳에 절터가 있습니다.

 

절터 앞 벼랑 위에 연리근(連理根)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연리근은 두 나무의 뿌리가 서로 이어진 것을 말합니다.

- 농포집장판각

 

절터에는 해주정씨(海州鄭氏)의 재실이 있습니다. 솟을삼문 비연문(斐然門)을 지나면 농포집장판각(農圃集藏版閣)이 있습니다. 농포집(農圃集)은 농포(農圃) 정문부(鄭文孚, 1565~1624)의 시문집을 말합니다. 이 건물은 문집의 판본을 보관하던 곳입니다. 농포 정문부는 남원부사, 형조참판, 부총관 등을 역임한 문신이자 의병장입니다.

용암 마을은 해주정씨의 세거지입니다. 농포 정문부는 이괄의 난에 억울하게 연루되어 죽었는데, 생전에 "너희들은 남쪽에 내려가서 벼슬을 하지 말고 살아라"라는 그의 유촉을 받고 둘째 아들 정대융(鄭大隆, 1600~?)이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이런 연유로 용암 마을과 가까운 곳에 있는 용암사지를 농포집을 보관하는 재실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 장덕재와 앞쪽 구릉

 

용암사지에 있는 해주정씨의 재실 이름은 장덕재(章德齋)입니다.

 

지금도 부도와 불상이 있는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절터가 해주정씨의 소유로 되어 있습니다.

 

- 구릉

 

장덕재 앞쪽에 낮은 구릉이 있습니다.

 

- '서산' 각자

 

구릉 암석에 '서산(西山)'이라 새긴 글자가 있습니다.

 

이곳에 계신 관리인 정 선생님은 '서산'이란 글자가 서산대사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나타내었습니다.

 

- 석탑재

 

구릉 위로 올라가면 한곳에 석탑재를 모아 놓았습니다.

 

- 석탑재

 

석탑재는 석탑 기단석과 지붕돌로 보입니다.

 

정 선생님은 절터에 석탑 2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석탑 2기가 있기에는 협소해 보입니다. 석탑이 있었다면 산천비보(山川裨補) 목적의 석탑 1기는 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석탑재

 

장덕재 앞마당에도 석탑재가 있습니다. 지붕돌과 몸돌입니다.

 

- 석탑재

 

장덕재의 초석에도 석탑재가 있습니다. 몸돌입니다.

 

- 석탑재

 

장덕재의 다른 초석에도 석탑재가 있습니다. 몸돌입니다.

 

- 석재

 

이곳 절터에 석재가 몇 점 있습니다. 위 석재는 부도 받침돌을 물확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공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석재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석재도 있습니다.

 

- 용암사지

 

용암사는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며, 고려시대에 왕명으로 절을 경영케 할 정도로 크게 번창하였습니다.

절은 고려 충숙왕 원년(1314년) 무외국통(無畏國統)이 이곳에 와서 크게 중창하였습니다. 충숙왕 5년(1318년)에는 80여 칸의 당우를 새로 짓고 20여 칸을 중수하였고, 왕명에 따라 대장경(大藏經)을 만들고 부족한 장경(藏經)을 강화도 판당(板堂)에서 찍어와 무려 600여 함의 상자에 넣어 봉안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러한 용암사의 영화도 조선시대에 이르러 숭유배불정책과 함께 서서히 꺼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용암사가 언제 없어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비록 고려시대 이후 흥망을 거듭하였을지라도 해주정씨의 재실이 생기기 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절이 존속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홍자국통 부도비

 

귀부와 이수만 남은 홍자국통(弘慈國統)의 부도비입니다.

 

이수 앞뒷면에 용 두 마리가 엉켜 있는 모습이 밋밋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용 두 마리는 발톱을 이수 중앙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 이수 앞면의 각자

 

이수 앞면 제액에 '대천태종홍자국통비(大天台宗弘慈國統碑)'란 글자가 3자씩 3줄에 걸쳐 새겨져 있습니다.

 

- 홍자국통 부도비

 

부도비 귀부는 목 부위가 끊어져 머리를 돌에 지탱하고 있습니다. 조각 솜씨는 치졸합니다.

 

- 홍자국통 부도비

 

부도비 뒷면 모습입니다.

 

- 이수 뒷면의 각자

 

이수 뒷면 제액에 '용암(龍嵒)'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 장덕재와 구릉

 

장덕재 너머로 석탑재를 모아놓은 구릉이 보입니다.

 

- 석등과 부도

 

절터에 있는 석등과 부도입니다.

 

- 석등

 

석등은 여러 부재로 엉성하게 조합되어 있습니다.

 

- 부도

 

부도는 원래 파손되어 절터 주변에 널려 있었습니다. 1962년에 지금 위치에 복원하였고, 이때 없어진 지대석, 중대석, 몸돌을 새로 보충하였습니다. 1963년 1월 21일 자로 보물 제37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하대석의 윗면은 경사가 져 있으며, 중앙에 1단의 낮은 괴임이 있습니다. 중대석은 새로 보충한 것인데, 원래는 운룡문(雲龍文)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우주(隅柱)만 형식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상대석은 윗면에는 한 잎짜리 연꽃이 돌려져 있고, 중앙에 3단 받침이 낮게 새겨져 있습니다.

몸돌은 새로 보충한 것입니다. 면마다 우주와 방곽문(方廓文)이 새겨져 있습니다

 

- 부분

 

지붕돌은 얇은 처마 밑에 높은 부연(副椽)이 새겨져 있습니다.

 

지붕돌 낙수면의 경사는 완만한 편이고, 지붕돌 각 모서리가 내리뻗은 끝에 큼직한 귀꽃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지붕돌 아랫면에는 절수구가 있고, 지붕돌 꼭지 부위에는 연꽃이 돌아가며 장식되어 있습니다.

상륜부에는 복발, 보륜, 보주가 있습니다.

 

- 부분

 

부도에서 눈길을 끄는 곳은 하대석입니다.

하대석은 면마다 깊게 파서 감실처럼 꾸민 안상(眼象)을 1구씩 마련하고, 그 안에 보살상을 돋을새김으로 새겼습니다. 이 조각 솜씨가 뛰어나 아름답습니다. 보살상이 걸친 천의(天衣)가 지금도 너풀거리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습니다.

 

- 보호각

 

절터 한쪽 벼랑 앞쪽에 사방 1칸짜리 작은 보호각이 있습니다.

 

- 석불좌상

 

보호각에는 고려 초기에 유행했던 양식인 머리에 두건을 쓴 모습의 석불좌상이 있습니다.

이 석불은 두건을 머리에 쓴 것으로 보아 지장보살을 표현한 불상으로 보입니다. 어깨까지 두건을 길게 내려쓴 석불은 오른쪽 뺨 부분이 훼손되어 있지만, 눈가에 어린 미소가 온화해 보입니다.

- 석불좌상

 

석불은 사각형의 받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습니다. 일반적인 불상에 비해 무릎이 약간 넓고 높습니다. 양쪽 어깨에 걸친 옷자락은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 석불좌상

 

두 손은 가슴 앞에서 맞잡은 모양을 하였습니다. 이는 부처와 중생이 원래 하나임을 상징하는 비로자나불의 고유한 손 모양입니다.

 

- 석불좌상

 

석불은 머리 부분은 지장보살을, 손 모양은 비로자나불의 모습을 한 특이한 형태의 불상입니다.

 

- 수성암 벼랑과 너럭바위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용암사를 가리켜 '고려 중 무외(無畏)가 거처하던 곳'이라 말하며, 고려시대 박전지(朴全之)가 쓴 <영봉산 용암사 중창기(靈鳳山 龍巖寺 重創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중창기에 의하면, 도선국사가 성모천왕으로부터 "세 개의 암사(巖寺)를 창립하면 삼한(三韓)이 통일되어 전쟁은 저절로 그치게 된다"는 은밀한 부촉을 받고 선암사(仙巖寺), 운암사(雲巖寺)와 함께 이 절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이 중 운암사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어느 절을 말하는지 알 수 없지만, 선암사는 전남 순천시 조계산에 있는 절입니다. 선암사라는 절 이름은 절 서쪽에 높이가 10여 장(丈)이나 되고 면이 평평한 큰 바위에서 연유하였다고 합니다. 이 돌에서 옛 선인(仙人)이 바둑을 두었다고 하여 선암사(仙巖寺)라 불렀다고 합니다.

용암사지에도 비스듬하게 누운 너럭바위가 있습니다. 마치 고성 상족암처럼 넓고 평평하고 검은 바위입니다. 용암사라는 절 이름도 이 바위에서 연유한 것 같습니다. 주변의 돌은 검은색을 띤 수성암입니다. 이 돌은 벼랑에 켜켜이 박혀있고, 절터를 감싸 안은 돌담에도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2024.5.6.)

 

 

 

'문화유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안 칠원 돈풍각과 비석군  (0) 2024.07.02
김해박물관 특별전: 백제 무늬 전돌  (0) 2024.05.19
거제 지세포진성  (0) 2024.03.20
밀양 표충사 대원암 불화  (2) 2024.03.15
밀양 표충사 가람각, 소나무  (2) 2024.03.14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