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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

양산 화제리 느티나무

sky_lover_ 2023. 7. 20. 08:09

- 느티나무에서 바라본 화제리

 

양산 물금에서 북쪽으로 오봉산 서쪽 기슭의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가면 화제리(花濟里)가 있습니다. 화제리는 3면이 오봉산, 선암산, 토곡산에 둘러싸여 있고, 서쪽 낙동강 쪽으로만 트여 있습니다. 이곳에는 외화(外花), 내화(內花), 지나(旨羅), 명언(明彦), 토교(土橋)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 '화제(花濟)'라는 지명의 유래는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외화(外花) 마을 입구에 약 1,000평 정도의 소나무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이 형상이 마치 매화의 수꽃 형상을 하였고, 맞은편의 명언(明彦) 마을 뒤편 연화봉은 매화의 암꽃 형상을 하였습니다. 이 두 형상의 중간에 화정천과 화제천이 흐르는데, 이 지형을 꽃으로 형상화하여 사람이 꽃을 건넨다는 뜻으로 '화제(花濟)'라 하였다고 합니다.

화제의 한자어가 '화제(花濟)'가 아니라 '화제(火濟)'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는 화제리에서 구전되는 지명 중 쇄편, 갓골, 불무골, 다갈점, 쇄꼬지골, 도장골 등 무기와 불을 나타내는 지명이 많은 데서 근거하고 있습니다. 쇄편은 쇠의 조각, 불무골은 불의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의 변천 용어라고 봅니다. 쇄꼬지골은 화살촉, 창, 말발굽 등 무기의 도구나 연장을 만들던 곳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철의 원산지가 옛 물금광산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화제는 '불(火)을 다루던 곳'을 말하며 가야에서 원동면 지역을 보면 '건너다보이는(濟) 곳'이기 때문에 '화제(火濟)'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양산읍지초(梁山邑誌草)>(1878년)에 '화자포교(火者浦橋), 즉 금화저교(今花渚橋)'라는 표현이 이와 같은 주장을 더욱 뒷받침해 줍니다.

- 화제리 느티나무

 

내화 마을에서 동쪽으로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가면 지나 마을이 있습니다. 지나 마을 앞 도롯가에 노거수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화제리 느티나무입니다.

 

- 화제리 느티나무

 

<주례(周禮)>에 '동취괴단지화(冬取槐檀之火)'라는 말이 있습니다. "겨울에 느티나무와 박달나무를 비벼서 불씨를 얻는다"는 뜻입니다. 괴(槐)는 느티나무를 말합니다.

 

예전 중국에서는 왕이 철에 따라 다른 불씨를 만들어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겨울에는 느티나무와 박달나무의 목재를 비벼서 불씨를 얻었고, 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의 목재를 비벼서 불씨를 얻었습니다.

 

- 화제리 느티나무

 

약 500년 전 지나 마을에 정착한 신 씨가 이곳에서 사는 이 씨, 김 씨, 최 씨와 이웃사촌이 된 것을 기리고자 지금의 느티나무가 있는 자리에 나무 네 그루를 심고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네 그루의 나무가 자라면서 줄기가 뒤엉키더니 하나의 몸통으로 자라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이는 필시 마을 화합을 상징하는 것이다"라며 하나의 몸통으로 자란 느티나무를 마을을 대표하는 당산나무로 정하고 매년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냈다고 전해 옵니다.

 

- 화제리 느티나무

 

느티나무의 줄기는 네 개로 나뉘어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는데, 유독 한 줄기만 끝까지 뻗어 있지 못하고 잘려 나갔습니다. 이 줄기가 잘려 나간 사연은 1970년도 새마을운동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새마을 운동의 하나로 흙길들을 시멘트로 덮는 포장도로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느티나무 옆길도 마찬가지로 포장도로를 만들기 위해 시멘트로 덮기 시작하였고, 도로 확장까지 강행하였습니다. 이때 땅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느티나무 뿌리가 손상되었고, 이 때문에 나무 전체가 고사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에 줄기 중 하나를 잘라내는 외과 수술을 하여 목숨을 건졌다고 합니다. 이 줄기는 다른 줄기를 위해 살신성인을 한 셈입니다.


포장 이후 길은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되었고, 버스와 오가는 길손들로부터 느티나무를 보호하려고 주위에 펜스를 설치하였습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느티나무는 다시금 생기를 찾게 되었고, 1983년 1월에 보호수로 지정되었습니다.

 

- 화제리 느티나무

 

수령: 약 500년. 높이: 15m. 가슴높이 둘레: 5m.
소재지: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 433.

 

(202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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