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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명례성지와 팽나무

sky_lover_ 2023. 6. 9. 07:47

- 명례성지 소금의 언덕에서 바라본 전경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에 창원 천주교 신앙의 고향인 명례성지(明禮聖地)가 있습니다.

 

명례(明禮)는 동쪽으로는 밀양강이 남류(南流)하고 남쪽으로는 낙동강이 흘러 하남(下南)평야를 펼쳐 놓았습니다. 이곳의 옛 이름은 멱례(覓禮), 미례(彌禮)인데, 일명 뇌진(磊津)이라고도 하였습니다. 뇌진은 돌무더기 나루터입니다. 옛날 이곳에 강 건너 김해를 오가는 나루가 있었다고 한다. <밀주지(密州誌)>에는 용진(龍津)이라 기록되어 있으며, 고대부터 낙동강 수운의 요충지였다고 전합니다.

 

명례성지에는 성당이 둘입니다. 승모승천성당과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입니다. 승모승천성당은 예전에 세워진 한옥 성당이고,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은 최근에 세워진 현대식 건물의 성당입니다.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은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 때 순교한 신석복(申錫福)을 기려 세운 성당입니다.

 

- 야외 제단(순교자 생가터)

 

2008년에 순교자 신석복의 생가터가 발견되었습니다. 명례리 1209번지승모승천성당의 바로 옆입니다. 당시 생가터에는 소와 돼지를 키우는 축사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2010년에 천주교 마산교구청에서 일대를 매입하고, 이제민 신부를 담당 신부로 임명해 성역화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성지 조성을 위해 소금 장수 신석복의 영성을 따라 '녹는 소금 운동'을 펼쳤고, 그 일환으로 소금 판매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수익은 성지 조성에 쓰이지 않았습니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성폭력 피해 외국인 여성들의 자녀들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한 사이 2014년 8월에 신석복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福者)로 시복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공경 대상이 되었습니다.

- 야외 미사 장소

 

명례성지는 2018년에 전국의 후원자, 순례자들의 희생과 기여로 완성되었습니다. 승모승천성당, 순교자 탑,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과 부속건물, 소금의 언덕, 예수님 무덤 등이 언덕 위에 보일 듯 보이지 않게 들어서 있습니다. 순교자의 생가터는 야외 제단이 되었습니다. 설계는 건축가 승효상이 하였습니다. 테마는 '녹는 소금'입니다.

이제민 신부는 명례성지설계 당시 건축가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언덕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 사람들과 신앙 선조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언덕과 능선을 살리고, 강이 내려다보이며, 기존 성당인 성모승천성당이 위축되지 않도록 아담하고 절제된 규모로, 녹아 사라지는 소금처럼 순례자들의 마음에 스며드는 그런 성지를 부탁하였습니다.

- 신석복 두상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 입구 벽면에 두상이 걸려 있습니다. 순교자 신석복의 두상입니다.

 

이 두상은 조각가 임옥상의 작품입니다. 두상 아래에 '나를 위해 한 푼도 포졸들에게 주지 마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말은 그가 체포되었을 때 형에게 한 말이라고 합니다.

 

- 신석복 두상

 

신석복 두상 맞은편에 팽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석복 두상 뒤에 있는 순교의 월계관을 얽힌 팽나무로 형상화하였을까요? 

 

신석복(申錫福, 1828~1866, 세례명 마르코)은 명례성지가 있는 이곳에서 태어나 살았던 소금 장수입니다. 그는 진해 웅천장에서 돌아오다 체포되었고, 대구감영에서 처형되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인 1896년에 영남 지방의 네 번째 본당이자 마산교구의 첫 번째 본당인 명례성당이 세워졌습니다.

 

명례성당은 경남 지역 최초의 천주교 본당입니다. 초대 주임은 강성삼 신부입니다. 그는 김대건, 최양업 신부에 이어 우리나라의 세 번째 사제였고, 국내에서 서품받은 최초의 신부였습니다. 1903년에 선종에 들 때까지 이곳에서 사목하였습니다.

 

- 성당 외부 담벼락

 

성당 외부 담벼락의 네모난 창을 통해 보이는 명례강변공원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 성당 내부

 

육중한 문을 열고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아름다운 내부가 감동을 줍니다.

 

직선으로 선 벽이 날카롭게 천장과 만나 기울어지다가 두꺼운 곡선을 그리며 내려섭니다. 직벽과 천장이 만나는 접선은 가늘고 긴 창으로 떨어져 있어 빛에 떠받쳐진 천장이 더욱 높은 곳에서 가볍게 미끄러집니다. 측랑(側廊)의 외측 벽에는 가늘고 세로로 긴 창이 늘어서 있어, 그로부터 들어온 빛이 아무도 모르게 실내로 번집니다.

 

- 성당 천장에 있는 소금 결정체 조형물의 창

 

곡선의 천장에 지붕의 소금 결정체 조형물의 창이 있습니다. 이 창으로부터 빛이 천천히 녹아내립니다.

 

- 성당 외부

 

성당을 나와서 야외 제단 쪽으로 올라가면 담벼락에 네모난 창이 있습니다. 이 창은 벽이 갖는 폐쇄성을 순간 무너뜨립니다.

 

- 성당 지붕의 소금 결정체 조형물

 

성당 지붕입니다. 성당 지붕은 야외 제단과 마주 보고 있습니다.

 

지붕 위에 무질서하게 놓인 사각의 조형물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음식에 녹아서 음식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소금 결정체를 형상화하였습니다. 소금 결정체 조형물의 창은 성당 내부에서 천장의 창이 됩니다.

 

- 승모승천성당과 팽나무

 

야외 제단을 지나면 승모승천성당이 있습니다. 그 앞에 노거수 팽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 옛 성당의 주춧돌

 

처음 성당은 강성삼 신부가 1898년에 신석복 생가 옆인 지금의 장소에 세웠다고 합니다. 그 후 1926년에 부임한 권영조 신부가 1928년에 기와로 된 성당을 새로 지었습니다. 그러나 이 성당은 1936년 태풍에 무너졌습니다.

 

1938년에 파괴된 성당의 잔해를 모아 작은 성당을 다시 짓고, 성모승천성당으로 봉헌하였습니다. 지금도 성모승천성당 둘레에 옛 성당의 주춧돌이 남아 있습니다.

 

- 종탑

 

종탑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 성당 내부

 

성당 내부 바닥에는 마루가 깔려 있고, 나무 기둥과 인방으로 남녀 공간을 구분해 놓았습니다.

 

- 장미의 성모상

 

제대의 가장 높은 곳에 장미의 성모상이 있습니다.

 

- 팽나무

 

승모승천성당 앞의 팽나무입니다.

 

- 팽나무

 

팽나무는 습기 많은 남부지방 바닷가나 강가에 잘 자랍니다. 경상도에서는 포구(浦口) 근처에 잘 자란다고 하여 포구나무라고 합니다.

 

- 팽나무

 

옛 포구를 먼발치에 둔 명례 언덕에 있는 수백 년 된 포구나무 한 그루... 축복받은 팽나무는 오늘도 당당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2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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