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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계폭포 입구
합천군 용주면 황계리에 황계(黃溪)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이 형성될 당시에 구황계곡이라 불리었으며, 아침을 짓기 위해 쌀을 씻으면 쌀뜨물이 멀리 노리 앞까지 퍼졌다고 합니다.
황계 마을에서 서쪽으로 1km쯤 떨어진 곳에 합천 8경 중 하나인 황계폭포(黃溪爆布)가 있습니다.
- 황계폭포로 가는 길
황계폭포 입구에서 폭포까지 황계천을 따라 나 있는 숲길을 따라갑니다.
- 황계천
황계천입니다. 수량이 풍부해 보이지는 않지만,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 자연정
황계천을 따라 숲길을 얼마간 가면 '자연정(紫煙亭)'이라고 하는 정자가 있습니다. 이 정자는 1810년에 처음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 정자 이름을 왜 자연정(紫煙亭)이라고 하였을까요?
'자연(紫煙)'은 자줏빛 안개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이백(李白)의 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 즉 <여산폭포를 바라보며>에서 따온 구절입니다.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황계폭포를 여산폭포에 비견한 데에서 유래합니다.
望廬山瀑布(망여산폭포) - 李白(이백) / 여산폭포를 바라보며 - 이백
日照香爐生紫煙(일조향로생자연) / 향로봉에 햇빛 드니 자줏빛 안개 일어나고
遙看瀑布掛長川(요간폭포괘장천) / 저 멀리 폭포수는 긴 강을 걸어 놓은 듯하네.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 내리꽂는 물줄기가 삼천 척에 달하니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 / 하늘 끝에서 은하수가 쏟아져 내리는 듯하구나.
- 황계천을 건너가는 다리
정자를 지나면 황계천을 건너가는 다리가 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가면 황계폭포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 황계폭포
정자를 지나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면 황계폭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황계폭포는 폭포 2개가 아래위 2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2개 폭포 아래에 있는 소(沼)는 명주실 한 꾸리가 다 들어가도 닿지 않을 정도로 깊다고 합니다. 그래서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옛 선비들은 이 경치에 도취하여 중국의 여산폭포에 비유하였습니다.
- 하단 폭포
황계폭포의 하단 폭포입니다. 물줄기가 두 가닥으로 갈라져 흘러내립니다.
- 상단 폭포
하단 폭포 위에 상단 폭포가 있습니다.
상단 폭포는 우뚝 솟은 큰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습니다. 폭포 높이는 15m 넘고, 폭포수가 바위 위에서 날아 쏟아져 내립니다.
- 상단 폭포
이곳 사람들은 말하기를 "옛날에는 폭포가 거쳐 오는 길에 돌부리가 있어서 마치 기름 장수가 기름을 쏟아붓는 것 같았다. 폭포 물이 멀리 날아가 더욱 기이하였는데, 감사(監司)와 고을 원(員)님이 놀러 오는 것을 괴롭게 여겨 그것을 쪼아 무너뜨렸다"고 합니다.
살고 있는 사람과 들르는 사람은 사정이 다릅니다. 들르는 사람은 어쩌다 이겠지만, 살고 있는 사람은 만날입니다. 벼슬아치는 어쩌다 황계폭포를 구경하러 왔겠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만날 벼슬아치들이 들이닥치는 격입니다. 그렇다고 힘없는 이곳 사람들이 벼슬아치들을 막아설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오죽했으면 이곳 사람들이 돌부리를 쪼아 없앴을까요?
지금도 폭포수는 기름을 쏟아붓듯이 떨어져 내립니다. 그러나 폭포수가 멀리 날아가 햇빛에 부서지며 무지개를 그린다면 이보다 더한 선경(仙境)이 없을 것입니다.
- 상단 폭포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은 노년 어느 가을에 황계폭포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선생보다 23살 어린 제자인 김우굉(金宇宏, 1524~1590)에게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주었습니다.
遊黃溪 贈金敬夫(유황계 증김경부) - 曺植(조식) / 황계에서 놀며 김경부에게 줌 - 조식
('경부(敬夫)'는 김우굉의 자(子)입니다.)
老夫頭面已霜乾(노부두면이상건) / 늙은이의 머리 이미 서리가 말랐으니
木葉黃時上得山(목엽황시상득산) / 나뭇잎 물들었을 때 산 위에 올랐다네.
雙栢有枝柯幹好(쌍백유지가간호) / 두 잣나무 가지와 줄기 좋으니
莫言庭際秀芝蘭(막언정제수지란) / 뜰안의 지초와 난초가 빼어나다 말하지 말게나.
又
莫恨秋容淡更踈(막한추용담갱소) / 가을 정경이 성기고 엷게 바뀜을 한하지 말고
一春留意未全際(일춘류의미전제) / 잠시 봄이 머문 뜻 아직 버리지는 않았다네.
天香滿地薰生鼻(천향만지훈생비) / 하늘의 향기 땅에 가득 차 그 향기 코끝에 일어나니
十月黃花錦不如(시월황화금불여) / 비단도 시월의 국화꽃만은 못하리라.
(202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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