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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합천 호연정

sky_lover_ 2023. 1. 24. 17:05

- 호연정

 

황강(黃江)이 합천호를 지나 합천군 율곡면 문림리에 이르러 물돌이 하는 곳에 호연정(浩然亭)이 있습니다. 호연정은 조선 전기 문신인 주이(周怡)가 세운 정자로, 그가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에 정착하여 많은 학자를 길러낸 곳입니다.

 

호연정 이름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른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호연지기는 <맹자>의 '공손추편(公孫丑篇)'에 기록된 것으로, '세상에 꺼릴 것이 없고 남의 말에 흔들림 없는 부동심(不動心)을 기르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를 일컫습니다.

 

- 인지문

 

호연정 안으로 들어가는 인지문(仁智門)입니다.

 

- 배롱나무

 

인지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노거수 배롱나무가 있고, 그 양옆에 사당과 비각이 있습니다.

 

- 비각

 

비각은 주이(周怡)의 비각(碑閣)입니다.

 

- 전액

 

비의 전액(篆額)에 '이요당주선'(二樂堂周先)이라 새겨져 있습니다.

 

주이(周怡, 1515~1564)는 본관이 상주(尙州), 자는 사안(士安), 호는 이요당(二樂堂)입니다. 그는 주세붕(周世鵬)의 증손입니다. 아버지는 주세구(周世龜), 어머니는 창원 최씨(昌原崔氏)로 좌의정 최윤덕(崔潤德)의 딸입니다.

 

명종 1년(1546년)에 증광시(增廣試) 문과(文科)에 급제하였고, 중국 연경(燕京)에 서장관으로 가서 정도(正道)가 용납되지 못하는 현실을 분송(盆松)에 비유한 시를 지어 명성이 자자했다고 합니다. 그 후 성균관(成均館) 전적(典籍), 낭관(郎官), 춘추관(春秋館) 기주관(記注官)을 지냈고, 예안 현감(禮安縣監)을 거쳐 충청도, 강원도, 평안도 등의 관찰사를 역임하였습니다.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서는 자연을 벗 삼아 학문에 매진하였습니다.

 

- 세덕사

 

배롱나무 옆 사당은 세덕사(世德祠)입니다. 세덕사는 상주 주씨(尙州周氏) 조상의 위패를 모셔 놓았습니다.

 

- 세덕사

 

세덕사 모습입니다.

 

- 영모사

 

세덕사 왼쪽에 상주 주씨 시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습니다. 영모사(永慕祠)입니다.

 

- 배롱나무와 팽나무

 

용호정에는 노거수가 여러 그루 있습니다.

 

- 팽나무

 

비각 옆에 팽나무가 있고...

 

- 암 은행나무

 

그리고 주이(周怡)가 직접 심었다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한 그루는 암 은행나무이고...

 

- 숫 은행나무

 

다른 한 그루는 숫 은행나무입니다.

 

- 호연정

 

호연정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집입니다.

 

원래 건물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려 후손들이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건물 중수기에 숭정(崇禎) 연호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인조 때 중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 호연정

 

호연정 건물은 돌 주초 위의 둥근 나무 기둥이 떠받치고 있습니다. 건물 구성은 한 칸 온돌방과 두 칸 마루로 되어 있습니다.

 

- 현판과 정료대

 

건물 정면에 '호연정'(浩然亭)이라 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정면과 일부 측면에는 난간이 둘려 있고, 대청을 오르는 입구에는 밤에 어둠을 밝히는 정료대(庭燎臺)가 있습니다.

 

호연정이 온돌방과 정료대를 갖추고 있는 것은 단순히 주변 경관만을 감상하는 곳이 아닌 학문도 연마하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 기둥

 

호연정 건물의 특징으로는 자연 그대로의 건축 자재를 사용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산에서 자라던 나무를 잘라 가지를 대충 치고 껍질을 벗긴 후 그대로 대들보, 창방(昌枋), 서까래로 사용하였습니다.

 

특히 창방은 휜 목재를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정면과 양쪽 측면에 휘어진 나무를 써서 마치 용이 꿈틀대는 듯한 형태로 생동감을 주었습니다.

 

- 현판

 

호연정에는 현판이 여럿 걸려 있습니다. 특히 '호연정'(浩然亭)이라 쓴 현판은 세 개나 됩니다.

 

하나는 건물 정면에 있는 현판으로, 전서(篆書)로 쓰여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측면에 있는 현판으로, 행서(行書)로 쓰여 있습니다.

 

- 현판

 

나머지 하나는 마루 안쪽에 있는 현판으로, 해서(楷書)로 쓰여 있습니다. 각각 다른 글씨체로 쓰인 현판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 현판

 

건물 마루 안쪽에 '경'(敬)이라는 쓴 현판이 있습니다.

 

이 현판은 호연지기를 기르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은 마음을 무(無)로 돌리고 몸을 정(正)하게 하여 경계 자중하는 수양 방법입니다.

 

몸을 정하게 하면 마음도 한가로워져서 천지의 정기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천지의 정기는 바로 자기 분수 안의 일이 되고, 자기 분수 안의 일은 곧 천지의 정기가 됩니다.

 

- 호연정

 

옛날 호연정 앞에는 천 길이 넘는 절벽 길인 개비리(犬遷)길이 있었고, 푸른 황강(黃江)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 좋은 경치를 읊은 시 <호연정(浩然亭)> 12영(詠)이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습니다.

 

주이(周怡)의 호 이요당(二樂堂)은 지자요수(知者樂水)와 인자요산(仁者樂山)을 뜻합니다. 호연정은 주이의 호처럼 자연을 벗 삼아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던 그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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