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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평리 돌장승

 

보성읍 동쪽에 득량면이 있고, 득량면 소재지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해평리 조양(朝陽)마을이 있습니다. 이곳 마을 입구에 돌장승이 양쪽에 벌여 서 있습니다. 들어가면서 오른쪽이 여장승이고, 왼쪽이 남장승입니다.

 

이 장승들은 원래는 마을 뒤 오봉산의 절골 개흥사(開興寺) 입구에 있던 사찰 장승입니다. 이 마을이 해창(海倉)으로 불리던 시절에 바닷길의 안전과 마을의 액막이를 위해 이곳에 옮겨와 마을 장승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벅수라고 부릅니다.

 

- 남장승

 

남장승은 표정이 얌전하지만, 머리를 한쪽으로 갸웃하고 있습니다. 

 

- 남장승

 

이마엔 굵게 파인 주름살이 있고, 위로 치켜뜬 눈썹 아래로 둥근 두 눈은 눈꼬리가 약간 있으며, 눈 사이에 돌기가 있습니다. 코는 콧방울이 없는 주먹코입니다. 입의 모양이 독특하여 '으' 소리를 내는 것처럼 입귀를 조금 벌리고 가운데는 붙였습니다.

 

- 남장승

 

끝이 오른쪽으로 꼬부라진 수염이 턱에서 가슴으로 늘어져 있습니다. 이 장승이 남장승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남장승의 명문

 

몸에는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 여장승

 

남장승 맞은편에 여장승이 있습니다. 여장승 주위로 돌담이 둘려져 있습니다. 얼굴 폭이 몸보다 약간 더 넓고, 몸에는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 여장승

 

모서리만 약간 죽였을 뿐인 길쭉한 얼굴에 길쭉한 귀가 달려 있습니다. 이마에 굵은 주름살이 있고, 눈썹은 갈매기가 날갯짓하는 모양입니다. 동그란 눈 사이로 코주름이 있습니다. 코는 방망이 모양으로 너부죽합니다.

 

- 여장승

 

양 귀가 처진 작은 입안에 역시 자그마한 이빨이 있습니다. 턱에는 수염인지 주름인지 고사리 모양의 선이 파여 있습니다. 

 

- 해평리 돌장승

 

이곳 마을 이름은 '조양'(朝陽)입니다. '아침 해가 뜨는 동산'이란 뜻입니다.

 

시경(詩經)에 "봉황이 우니, 저 높은 산에서 우는도다. 오동이 자라니, 저 조양에서 자라는도다.(鳳凰鳴矣 于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오동나무는 상서로운 나무이니, 오동나무가 자라는 '조양'이란 마을 이름에는 자신과 후손들의 출세와 번성을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요?

 

- 할아버지 당산나무

 

장승에서 마을 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아주 큰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할아버지 당산나무입니다. 마을 안으로 쭉 들어가면 할머니 당산나무도 있다고 합니다.

 

- 할아버지 당산나무

 

할아버지 당산나무는 느티나무입니다. 수령이 340년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 할아버지 당산나무

 

이곳 조양마을은 고려부터 조선말까지 보성 지방의 국세와 진상품을 수납 보관하고 배로 서울 경창(京倉)으로 옮길 세미(歲米)를 쌓아두던 창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이곳을 해창(海倉)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1월 14일 저녁에 큰 당산에서 국세 조운의 안전을 기원하고, 15일 새벽에는 할아버지 당산나무와 할머니 당산나무에서 성대한 제사를 모시며 배의 무사 항해와 마을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였습니다.

 

- 해평리 들판

 

지금 마을 동쪽은 간척사업으로 드넓은 들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 앞까지 득량만의 바닷물이 이어졌습니다. 저 넓은 들판이 예전에 바다였다니... 지금의 황금빛 들판을 보면 쉽게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예전에는 마을 앞까지 배들이 드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돌장승과 당산나무에 의지하며 마을과 바닷길이 무사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지금 돌장승과 당산나무는 말없이 서 있지만, 그때의 일들을 모두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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