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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릉골 선각여래좌상

릉골 선각여래좌상은 볼수록 묘한 느낌이 드는 마애불입니다.

우선 그 생김새부터가 경주 남산에서 만날 수 있는 여느 마애불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는 신라시대가 아닌 고려시대에 조성된
시대적 차이, 그런 시간적 간격 때문만일까요?

- 삼릉골 선각여래좌상

에둘러 말하지 않고 툭 까놓고 말하면, 이 마애불은 참 못생겼습니다. 인자한 부처님의 얼굴이 아니라 동네 어느 집 머슴 같은 얼굴입니다.

머리카락과 육계, 그리고 귀는 희미해서 잘 보이지도 않고,
호떡같이 생긴 둥근 얼굴에는 눈코입을 꽉 차도록 새겼습니다. 얼굴이 비좁아 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잘생긴 얼굴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운 얼굴은 아닙니다. 잘 보면 우락부락한 얼굴에 빙긋이 웃음을 머금고 있습니다.

- 삼릉골 선각여래좌상

비록 못생겼지만, 얼굴은 그런대로 새겼습니다. 그러나 몸체는 새기다 만 듯 대충 표현하였습니다. 게다가 부처님이 앉아 있는 연화대좌도 연꽃무늬 형태만 겨우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우아함이나 세련됨, 그리고 세밀함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만든 사람의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예술적 안목이 모자라서 그런 것일까요?

- 삼릉골 선각여래좌상

마애불 아래의 바위 위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발전하는 것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달이 차면 기울고, 여름이 지나면 겨울이 오듯, 한 시대의 예술적 능력도 발전했다가는 다시 쇠퇴하는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나 봅니다.
어쩌면 이것이 자연스러운 순리이자 이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 마애불이 못생긴 것을 꼭 석공 솜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때는 찬란한 문화의 중심지였으나 당시로써는 변방이었을 이곳의 시대적 흐름이 이런 식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마애불 있는 곳에서 바라본 전경

마애불을 등지고 앞쪽을 바라봅니다.

암벽 높이 앉은 마애불은 그 오랜 세월 동안 겹겹이 겹쳐 보이는 저 능선 너머로 무엇을 바라보았을까요? 그리고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오늘도 마애불은 여전히 말이 없고, 아무리 눈을 닦고 보아도 모든 게 평범하기만 한 중생에겐 그저 무심한 망성리 일대의 들과 그리고 망산, 벽도산, 그 너머로 멀리 단석산만 아스라이 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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