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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도시샤 대학의 윤동주 시비와 정지용 시비

 

름 휴가로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일본 교토와 나라를 다녀왔습니다. 8월의 교토와 나라는 무척 무더웠습니다. 교토는 수백 년간 일본의 수도였고, 나라는 일본 최초의 불교문화인 아스카(飛鳥) 문화를 꽃피웠던 곳입니다.

 

교토 북부에 있는 도시샤(同志社) 대학을 찾았습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지하철 카리스마센(烏丸線)을 타고 이마데가와(今出川)역에서 내렸습니다. 도시샤 대학은 지하철 출구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곳에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인 윤동주와 정지용을 기린 시비가 있습니다.

 

- 클라크 기념관

 

도시샤 대학은 간사이(關西) 최초의 대학입니다. 1875년 교육자 니지마 죠(新島翼)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이 대학에는 독특한 건물들이 여럿 있는데, 특히 클라크 기념관이 눈길을 끕니다. 이 건물은 1894년 신학 교육과 연구를 위해 세워졌습니다.

 

- 예배당

 

도시샤 대학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1886년에 세워진 예배당입니다. 고딕 건축의 특징을 지닌 건물입니다.

 

- 예배당

 

예배당의 옆 모습입니다. 이 건물 바로 옆에 윤동주 시비와 정지용 시비가 있습니다.

 

- 정지용 시비

 

정지용 시비의 모습입니다. 2005년에 세워진 시비에는 교토를 노래한 그의 대표작 '압천(鴨川)'이 새겨져 있습니다.

정지용(鄭芝溶, 1902~ 1950?)은 '향수'로 너무 잘 알려진 시인입니다. 그는 190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서울 휘문고보를 거쳐, 1923년 도시샤 대학 예과에 입학했습니다. 1929년 영문학과를 졸업하기까지 6년 동안 주옥같은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자리를 굳혔고, 1930년대 휘문고보의 영어교사로 교편을 잡으면서 문단의 중심으로 활약했습니다. 1945년 이후 이화여자전문학교(지금 이화여대) 교수와 경향신문 주간을 역임하였으나,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행방불명되었습니다.

 

- 정지용 시비

 

鴨川   - 정 지 용

압천(鴨川) 십리(十里)ㅅ벌에
해는 저믈어…… 저믈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쌍 떠ㅅ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압천(鴨川) 십리(十里)ㅅ벌에
해가 저믈어…… 저믈어……

 

* 鴨川(압천)은 교토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내입니다.

- 윤동주 시비

 

윤동주 시비는 정지용 시비 옆에 있습니다. 이 시비를 마주하며 가슴이 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윤동주(尹東柱, 1917∼1945)북간도에서 출생하여 용정(龍井)에서 중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그 후 연희전문을 거쳐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그해 10월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편입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1943년 7월 14일에 한글로 시를 쓰고 있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옥중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작은 시비에는 그의 대표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육필 원고와 일어 번역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는 이 시를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광분했던 1941년 어느 날 조국을 잃은 슬픔을 달래며 썼을 것입니다. 시비는 그의 시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1995년에 이곳에 세워졌습니다.

 

- 윤동주 시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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