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햇살이 따사로운 관룡사 약사전 앞뜰

- 관룡사 약사전과 삼층석탑

관룡사 약사전의 앞뜰은 은근히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먼저 약사전부터 한 번 볼까요? 약사전은 그 크기가 참 작습니다. 정면과 측면이 각각 1칸밖에 되지 않으니, 이보다 더 작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주심포에 맞배지붕을 하여 그 모습이 단아하고, 조선 초기에 지어졌다고 하니 건물 또한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 관룡사 약사전과 삼층석탑

약사전 내에는 불대좌에 단정히 앉은 돌부처님 한 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건물 안과 밖 벽면에 사군자와 화조도가 그려진 벽화도 있습니다. 이러한 벽화는 다른 절집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모습입니다.

- 관룡사 약사전 편액

약사전 편액에는 깔끔한 글씨체로 '약사전(藥師殿)'이라 쓰여 있습니다. 이 글자 외에는 뭐 하나 더 붙일 게 없었던 듯 누가 언제 썼다는 그 흔한 표시마저 없습니다.

- 관룡사 약사전 삼층석탑

약사전 앞뜰에는 자그마한 돌탑이 있습니다. 돌탑은 수수합니다. 별다른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의 처녀처럼 수수합니다. 한껏 멋을 부린 것이 하층기단 면석에 새긴 안상무늬 정도입니다. 돌탑은 소박합니다. 그래서 더욱 곱습니다.

단아함과 파격미를 두루 갖춘 약사전, 자그마한 앞뜰, 그리고 수수하고 소박한 돌탑, 어떻습니까? 이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바로 그 크기의 앞뜰에 살며시 겨울 햇살이 내려앉습니다. 차가운 바람을 딛고 사방으로 따사로움이 조금씩 번져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