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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내리 마애불
단석산
능선에 있는 방내리 마애불을 찾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곳을 아는 길라잡이와 함께 간다면 모를까 대충 이야기만 듣고 찾아가기에는 무척
어렵습니다.
올해 봄에 방내리 천주암 쪽으로 해서 이 마애불을 찾아
나섰다가 부근에서 헤매기만 하고, 시간에 쫓겨 끝내 만나지 못하고 돌아섰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아쉬움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로 마음만 있었을 뿐 이런저런 일로 다시 찾지 못하였습니다.
- 홈곡 저수지
아쉬움은 미련을 남기고,
미련은 시간이 흐를수록 쌓였습니다. 이런 마음의 짐을 털어내기 위해 방내리 마애불을 다시 찾아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저번과는 반대방향에 있는
홈곡 저수지 쪽으로 해서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홈곡 저수지는 송선 저수지 바로 위쪽에 있는 저수지입니다. 어제 내린 비로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 찼습니다. 저수지를 둘러싼 산에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 방내리 마애불로 가는 산길
저수지를
지나서 비교적 평탄한 산길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얼마간 그렇게 가다 보니
갑자기 길이
없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되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잡목이 우거진 비탈을 기다시피 하여 능선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한 30여 분 그렇게 올라갔을까요? 등산로가 있는 능선에 겨우 닿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
능선길을 따라가면 단석산 정상까지 갈 수 있습니다.
- 전망바위에서 내려다본 송선 저수지와 홈곡 저수지
능선길을 따라 단석산 정상 쪽으로
얼마간 가면 전망바위가 있습니다.
이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정말 좋습니다. 지나왔던 홈곡 저수지와 송선 저수지는 말할 것도
없고, 건천 일대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입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이제껏
올라왔던 길을 대충 되짚어 보았습니다.
- 방내리 마애불
전망바위를 지나 조금 더 가면 큰 바위가 길을 가로막습니다. 이 바위 바로 앞에
능선길 말고 밑으로
내려가는 작은 길이 따로 하나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방내리 마애불이 있습니다.
이 마애불은 남향으로
있는 거대한 바위 면에 새겨져 있습니다. 높이는 7m 남짓 됩니다. 조각
수법으로 보아 고려시대 초기 불상으로 추정됩니다. 비지정 문화재라 그런지 불상 곁에 안내문 하나 없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이곳까지 가는 내내 표지판 하나 없고, 마애불 역시 등산로에서 벗어나 바위 밑으로 제법 내려간 곳에 있습니다. 그러니 이 마애불은 찾기 어려운
곳에 숨은 듯이 있습니다.
- 방내리 마애불
마애불은 민머리에 육계가 높고, 귀는 어깨 가까이 길게
늘어졌습니다.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목에는 희미하게 삼도가 있습니다. 오른손은 어깨 가까이 들어 올렸고, 왼손은 내려 무릎 가까이
두었습니다. 마모가 심해 알아보기 어려우나 우견편단에 결가부좌 하였습니다. 얼굴과 몸체는 얕은 부조를 하였고, 하체는 선각에
가깝습니다.
이 마애불이 있는 곳은 행정구역상 방내리와 송선리의 경계부입니다. 그러나 송선리 쪽에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행정명칭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면, 송선리 마애불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마애불 앞에는 등산객들이
세운 돌탑이 있습니다. 그리고 옆의 나뭇가지에 풍경이 하나 매달려 있습니다. 이 풍경은 간간이 바람이 불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죽은 듯이 고요한 이곳의 정적을 깨뜨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