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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가와 무환자나무
의령군 가례면 소재지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에 수성(修誠) 마을이 있습니다. 수성 마을은 가례 '수징이'라고 하는 오래된 마을로, 나직한 산줄기가 동남북을 에워싸고 있는 아늑한 마을입니다.
지명의 유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정(樹亭) 또는 수진(樹津)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만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이웃 마을 처가댁을 찾아 머물면서 시골 유생들과 어울리다 보니 수성(修誠)으로 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마을은 처음부터 박(朴)씨들이 살았기 때문에 그런지 '수징이 박씨들'이란 말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선조 때 해남 현감을 지냈고 임진왜란 때 의병을 지휘하면서 큰 공을 세운 퇴휴헌(退休軒) 박서휘(朴瑞輝)가 이곳 사람입니다. 박서휘의 재실인 고금정(鼓琴亭)은 그가 거처하였던 집입니다.

- 폐가와 무환자나무
수성 마을은 가락골, 큰동네, 중몰, 새터 등 여러 뜸이지만, 모두 가깝게 이어져 있습니다. 중몰은 '가운데 뜸'이란 뜻입니다. '몰'은 마을을 뜻하며, '말', '마실' 등과 함께 쓰이는 사투리입니다.
이곳 큰동네 뒤 산자락에 오래된 무환자나무가 있습니다. 수성 마을에는 무환자나무 말고도 동구 밖에 수백 년 된 모과나무가 있었는데, 지금은 의령 충익사(忠翼祠) 경내로 옮겨졌습니다.

- 노거수 무환자나무
큰동네 한쪽에 반쯤 무너져 폐가가 된 기와집 한 채가 있습니다. 이 폐가 옆을 지나 들어가면, 키 큰 노거수 무환자나무가 산자락에 있습니다.

- 노거수 무환자나무
무환자(無患子)라는 나무 이름은 이 나무를 심으면 귀신을 쫓아내 자식에게 화가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합니다.
옛날 중국에 신통한 무당이 있었습니다. 귀신이 붙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무당이었습니다. 이 무당은 무환자나무로 만든 몽둥이로 귀신 들린 사람을 때려서 몸속에 있는 사악한 귀신을 쫓아내 주었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집안에서 일어나는 큰 근심거리 중에 이유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는 이른바 '정신병'이 있습니다. 이 나무는 이러한 근심거리를 없애주는 나무이니 여러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노거수 무환자나무
옛사람들은 무환자나무가 사악한 기운을 쫓아낸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열매나 나무를 태우기도 하고, 목침을 만들어 베기도 하였습니다.
무환자나무 열매는 매우 검고 단단하여 염주 만드는 데 쓰입니다. 그래서 이 나무를 염주나무라고도 합니다. 열매가 얼마나 검었으면 '3년 갈아도 무환자는 검고, 10년 삶아도 돌은 굳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 노거수 무환자나무에서 바라본 수성리 무환자나무
노거수 무환자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다소 왜소해 보이는 무환자나무가 있습니다.
이 무환자나무는 수성리 무환자나무입니다. 지금 수령이 350년쯤 되었고,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수성리 무환자나무
수성리 무환자나무는 줄기 대부분이 썩어 없어졌습니다. 나무는 겨우 숨만 붙어 있습니다.

- 수성리 무환자나무
쇠약할 대로 쇠약해진 수성리 무환자나무... 그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수령: 310년(1982년 기준). 높이: 17m. 가슴높이 둘레: 3.5m.
소재지: 의령군 가례면 수성리 산14-1.
(202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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