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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잠사지 당간지주

 

깊은 골짜기를 따라 구불구불 흐르는 양피천(王避川) 가에 보고 싶은 탑이 숨은 듯이 있습니다. 구산리 삼층석탑(九山里 三層石塔)입니다. 탑을 찾아가는 도중 길가에 당간지주가 있습니다. 배잠사지 당간지주입니다.

 

- 배잠사지 당간지주

 

당간지주가 있는 일대는 고려 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오는 배잠사(盃岑寺)의 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 도난당한 석탑

 

당간지주에서 북쪽으로 120m쯤 되는 곳에 금당지(金堂址)로 추정되는 곳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고려 시대의 삼층석탑이 있었는데, 1980년 후반에 도난당했습니다.

- 배잠사지 당간지주

 

당간지주는 허리춤 아래가 땅속에 묻혀 있습니다.

 

- 배잠사지 당간지주

 

형태는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게 다듬어져 있고, 정상부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둥글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 간구

 

꼭대기 안쪽에 세로로 깊게 판 간구(竿溝)를 두어 당간(幢竿)을 고정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 배잠사지 당간지주

 

배잠사지 당간지주는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간결하지만 단아한 느낌을 줍니다. 조성 시기는 고려 시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울진 지역에 남아 있는 유일한 당간지주입니다.

 

- 멀리서 바라본 구산리 삼층석탑

 

배잠사지 당간지주를 지나 왕피천을 따라 골짜기 안으로 들어갑니다. 왕피천은 영양 수비분지에서 발원하여 61km를 흘러 바다로 흘러듭니다. 천(川)은 깊은 골짜기를 이뤄 경치가 빼어납니다. 

냇물이 영양 수비면을 지나 울진 땅에 들어서면 왕피리(王避里)입니다. '王避'라는 지명은 고려 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피신하였다 하여 붙여졌다고 하며, 삼국시대 이전 삼척과 울진 지역을 지배하던 실직국의 왕이 강릉 지역을 지배하던 부족국가 예에 쫓겨 피난 왔다 하여 붙여졌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그만큼 골짜기가 깊고 길이 험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냇물이 왕피리를 지나면 굴구지입니다. 마을 입구 냇물이 휘돌아 흐르는 곳에 탑이 있습니다. 구산리 삼층석탑입니다. 

 

- 구산리 삼층석탑

 

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냇가 평지에 있습니다. 탑 옆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탑을 호위하듯 서 있습니다. 고려 시대에 이곳에 청암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 구산리 삼층석탑

 

탑은 작지만 단아합니다.

 

- 석등 부재

 

탑 앞에 석등 부재가 있습니다. 하나는 하대석만 남았고, 하나는 하대석과 반쯤 부러진 간주석이 남았습니다.

 

- 구산리 삼층석탑

 

탑은 이층기단의 삼층석탑입니다. 전형적인 통일신라 석탑 양식을 따랐습니다. 

 

- 기단부

 

기단부는 높이가 다소 높은 하층기단과, 그리고 상층기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 하층기단

 

하층기단은 같은 돌로 된 하대저석과 면석, 그리고 다른 돌로 된 하대갑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대갑석 윗면은 물매가 뚜렷하며 모서리에 합각선이 있습니다.

 

- 상층기단

 

상층기단 면석에 모서리기둥과 가운데기둥이 담담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상대갑석 아랫면에 낮은 부연이 있습니다.

 

- 상대갑석 윗면

 

상대갑석 윗면은 하대갑석 윗면처럼 물매와 합각선이 있습니다.

 

- 탑신부

 

탑신부입니다. 몸돌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세하게 아래쪽이 넓고 위쪽이 좁습니다. 미세하지만 사다리꼴입니다. 이런 형태를 이른바 '상촉하관'(上促下寬)이라고들 합니다.

 

- 1층 몸돌의 문비 장식

 

1층 몸돌 면석 한 면에 문비 장식이 있습니다. 문비 장식은 2중 선으로 간략하게 표현되었습니다. 

 

- 지붕돌

 

지붕돌 아랫면의 층급받침은 5단입니다.

 

- 지붕돌 층급받침과 절수구

 

지붕돌 층급받침과 처마선 하단 사이에 절수구가 있습니다.

 

- 지붕돌 절수구

 

그런데 절수구가 층급받침과 바로 붙어 있습니다.

 

- 구산리 삼층석탑

 

탑의 조성 시기는 대체로 9세기 말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몸돌과 문비 장식의 형태를 고려하면 시기가 좀 더 내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쨌든 탑은 이 외진 곳에서 통일신라의 불빛이 희미하게 스러져 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 구산리 삼층석탑

 

이제 탑과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찾는 이 드문 절터에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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