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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미술관


무더운 초여름날 겸재의 그림을 보기 위해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을 찾았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왔습니다. 인파에 떠밀리다시피 관람하다 보니 그림 하나하나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전시에 전시된 겸재의 진경산수 몇 점을 소개합니다.


화적연도


화적연도(禾積淵圖)입니다.


화적연(禾積淵)은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와 관인면 사정리 중간의 한탄강 지류에 있습니다. 이곳은 영평 8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곳으로, 물 위로 13m 높이에 달하는 바위가 솟아있습니다. 이곳을 화적연(볏가리)으로 부르게 된 것은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흐르는 물 가운데에 마치 볏단을 쌓아 놓은 것 같은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그 주위가 깊은 연못처럼 되어 있어서입니다.


이곳은 조선시대 선비와 왕족들이 금강산을 가는 길에 반드시 들렀다가 갔습니다. 이곳이 금강산을 가는 길목이기도 하지만, 이곳의 수려한 경치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뭔가 허전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겸재 또한 그러했을 것입니다. 


화적연도와 같은 그림을 진경산수(眞景山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 경치 그대로 그린 것은 아닙니다. 화적연도도 바위를 실제 높이보다 훨씬 과장하여 높게 그렸습니다. 이것은 이곳 경치의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이거나, 겸재 자신이 그렇게 느껴서 일 것입니다. 


- 정양사도


정양사도(正陽寺圖)입니다.


정양사(正陽寺)는 강원도 금강군 내강리 내금강에 있는 절입니다. 표훈사에서 서쪽으로 1km 떨어져 있으며, 내금강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정양사 망루인 혈성루에서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금강산 유람 때 꼭 들려야 하는 곳입니다.


겸재는 정양사도를 여러 점 그렸습니다. 이것은 당시 금강산 유람이 크게 유행하여 금강산 그림을 소유하려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 정양사도에는 부드러운 토산을 배경으로 시원한 푸른색 지붕의 정양사가 산 중턱에 있습니다.


- 목멱조돈


목멱조돈(木覓朝暾)입니다.


이 그림은 1741년 서울 양천현감으로 부임한 겸재가 이듬해에 소악루에서 남산(목멱산)의 일출을 보고 그렸습니다. 북악산과 인왕산 쪽에서만 남산을 바라보고 자란 그가 65세에 남산의 뒤쪽을 목격하고 그 감흥을 이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이 그림은 '낙산사', '문암관일출도'와 함께 겸재의 3대 일출 그림으로 꼽힙니다.

그림에는 남산과 함께 막 얼굴을 내미는 붉은 해가 앙증맞게 그려져 있습니다. 남산에 비껴 뜨는 해의 모습을 절반만 살짝 보여주어 숨김의 미의식을 담아내었습니다. 진경시(眞景詩)의 대가이던 친구 이병연은
겸재의 이 그림에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덧붙였습니다.


새벽빛 한강에 떠오르니(曙色浮江漢)

산봉우리들 낚싯배에 가리고(觚稜隱釣參)

아침마다 나와서 우뚝 앉으면(朝朝轉危坐)

첫 햇살 남산에서 오르네(初日上終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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